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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성범죄라고 몰래카메라 숨겨서 찍어 놓고 심심풀이로 그냥 사이트에 올리는 아주 제일 질 나쁜 녀석들이야.'
경찰청 공식 블로그에 디지털 성범죄 해결사례로 소개된 이 영화는 여성 경찰관 2명이 피해 여성을 우연히 목격하고 화끈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지난해 n번방 사태가 계기가 됐죠? 불법 촬영물을 차단하기 위한 'n번방 방지법'이 사흘 전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세계 최초라고 호언장담한, 한국전자통신연구원이 개발한 '불법 촬영물 표준 필터링 기술'이 지금 비웃음을 사고 있습니다
정부가 미리 확보한 불법 파일 정보를 통해 찾아내는 형태인 만큼, n번방 사건처럼 새로 창작된 영상은 아예 적발할 수 없고, 황당하게도 길고양이 영상이나 게임 화면이 '사전 검열 대상'이라고 뜨고 있거든요.
게다가 n번방의 주 무대였던 텔레그램이나,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으로 꼽히는 '디스코드' 등 해외에 법인을 둔 사업자는 아예 검열 대상에서 빠졌으니, 도대체 뭘 위한 법이냐, 극소수 범죄자들을 걸러내자고 온 국민을 검열하고 희생시키는 것이냐는 말이 나올 수밖에요.
불법 촬영물의 유통을 막자는 취지야 이해하지만, 해망구실 게를 잡으려다 게를 담을 구럭마저 잃어버린다는 말처럼 실용성이라는 '게'와 형평성이라는 '구럭', 둘 다 잃은 건 아닐까요. 그물코가 너무 성겨있으면 물고기조차 잡을 수 없는 그물이 돼 버립니다.
'산에서 길을 잃으면, 골짜기를 헤매지 말고, 높은 곳으로 올라가라.'는 말대로 기본으로 돌아가 보면 어떨까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길 잃은 'n번방 방지법''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