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기업 간부 홍정범 씨(53ㆍ가명)는 연평균 소득이 2억3000만원에 달한다. 연봉이 1억2000만원, 상가 임대 등으로 발생하는 재산 소득이 1억1000만원이다. 서울 이촌동 132㎡(39평)대 아파트에 살고 있지만 당장 집을 넓혀 이사할 계획은 없다. 홍씨는 "예전처럼 자산가치가 급등하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며 "은행 예금에 묻어두고 투자처를 물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2서울 도곡동에 사는 67세 조태호 씨(가명)는 30억원대 자산가다. 178㎡(53평)에 살면서 아내 명의로 잠실에 반전세(보증부 월세)로 임대한 144㎡(34평)짜리 아파트가 한 채 더 있다. 거래 시세만 각각 19억원, 11억원에 달하지만 실제 소득은 6000만원 남짓이다. 조씨는 "보증금으로 받은 1억원을 은행에 입금해 받는 이자 수입과 매월 들어오는 임대료 150만원이 큰 수입원"이라며 "주택을 팔아 다른 데 투자할까 생각도 했지만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소득이 상위 1%인 대한민국 부자 중 상당수가 금융자산에 투자할 뜻이 분명했지만 불확실한 경제 전망에 일단 안전 자산을 찾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투자때 은행예금 선호 46%
= 매일경제신문이 통계청 `2010 가계금융조사` 원시자료(표본대상 1만가구)를 분석한 결과 `여유자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하겠느냐`는 질문에 44.3%가 금융자산이라고 응답했다. `빚부터 갚겠다`는 응답도 18.5%에 달해 향후 금리 인상에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는 답변은 31.5%, `자동차 등 고가 내구재를 구입하겠다`는 응답은 1%였다.
이 같은 흐름은 선호 대상에서 분명했다. `만약 금융자산에 투자한다면 선호하는 운용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45.9%가 은행 예금이라고 답했다.
이어 펀드 등 간접투자인 수익증권이 15.3%, 비은행 금융사 예금이 13.6%에 달했다. 반면 `주식에 직접 투자하겠다`는 답변은 9.7%, 채권 직접 투자는 0.9%에 그쳤다.
대다수가 안전성을 최고 가치로 꼽았다. `금융자산에 투자할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61.1%가 안전성을 우선했고 수익성은 28.9%에 그쳤다.
◆ 소득 부자 부채비율 8.7%
= 소득 부자와 자산 부자를 비교한 결과 소득 부자들이 보다 공격적으로 자산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상위 1%인 부자들 부채비율(자산총액 대비 부채총액)은 18.7%에 달한 반면 자산이 상위 1%인 부자들은 9.2%에 그쳤다.
소득 부자들의 연평균 경상소득은 2억4089만원에 달했는데 생활비 등을 제외한 비소비 지출로 매년 6022만원을 사용했다.
특히 이 중 이자는 1858만원으로 매달 154만원을 이자 비용으로 썼다. 자산총액은 20억7794만원, 부채총액은 3억8935만원에 달했다. 이에 반해 자산 부자들은 연평균 소득이 1억2216만원으로 낮았다. 하지만 자산총액은 36억2173만원, 부채총액은 3억3408만원으로 보다 보수적이었다.
이 같은 차이는 근로소득에서 발생했다. 평균 연령은 소득 부자가 48.8세로 현직으로 분석되며 자산 부자는 57세로 퇴직자 비중이 높은 것으로 추정됐다.
◆ 소득 부자는 `상가`, 자산 부자는 `토지`
= 투자 방식도 달랐다. 소득 부자는 고정수입을 올릴 수 있는 금융자산과 상가를 선호했다. 전체 자산총액에서 금융자산 비중이 16.8%, 상가가 34.4%로 이들 합이 절반을 넘었다. 반면 자산 부자들은 토지 소유 비중이 27.6%나 됐고 금융자산은 10.2%에 그쳤다. 소득 부자들은 적립식 금융자산을 선호한 반면 자산 부자들은 거치식을 선호해 차이를 드러냈다. 소득 부자들 금융자산은 3억4892만원으로 적립식 펀드, 보장성 보험 등 적립식 자산이 45%에 달했고, 거치식 등 목돈 투자금액은 9586만원으로 27.4%에 그쳤다.
반면 자산 부자들 금융자산은 3억6783만원으로 예치식 펀드 등 목돈투자 금액(1억5418만원)이 적립식 저축(1억1574만원)보다 많았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경기 전망이 엇갈리면서 많은 분이 조심스럽게 포트폴리오를 바꾸려는 것 같다"며 "특히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과 관련된 금융상품에 대한 문의가 많다"고 말했다.
또 그는 "부동산을 유달리 선호하는 분들은 상가 등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전망을 물어온다"고 설명했다.
■ 38평 아파트서3.8명 함께살아
= 소득이 상위 1%인 부자 가구주들은 본인을 포함해 평균 3.81명과 함께 살고 있다.
주거지 평균 전용면적은 38.2평(126㎡)으로 대다수(79.5%)가 아파트에 살았다. 자가주택이 74.6%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했지만 전세자도 20.9%나 됐다.
이들 중에는 자녀교육 등을 이유로 다른 주택을 임대한 사례도 있지만 주택 자체를 소유하지 않은 부자도 있었다.
직업별로 분류하면 전문직이 41.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관리직 28.5%, 판매직 9.6%, 사무직 5.3% 순이었다.
반면 농림어업은 4.2%, 군인은 1%, 은퇴자는 1.6%로 나타났다. 최종 학력도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30%가 대학원 출신, 41.6%가 4년제 대학을 졸업했다. 하지만 중학교는 3.1%, 초등학교는 1%로 밝혀졌다.
이자 등을 제외하고 자유롭게 소비하거나 저축할 수 있는 가처분소득 평균은
이번 `대한민국 1% 부자`는 통계청이 발표한 2010년 가계금융조사 원시자료(표본대상 1만가구)를 토대로 했다. 총 1691만6966가구를 1등부터 꼴등까지 나열한 뒤 상위 1% 가구를 분석한 것이다. 정확도를 높이고자 통계청이 제시한 가중치(weight)를 정확히 적용했다. 같은 표본 대상이라도 지역이나 학력별로 대표성이 다른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상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