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무실에서 만난 김군호(53·사진) 에프앤가이드 대표는 "증권사들이 불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해외 증권사와 같이 유료화 모델로 빠르게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증권사 연구원 출신답게 대화 내내 숫자·통계·데이터 등에 기반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강조한 김 대표는 누가 봐도 경제학도 다운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에프앤가이드는 2000년 삼성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 중 하나인 'e삼성'의 계열사로 처음 설립됐다. 당시 우리나라는 데이터를 돈을 주고 사는 문화가 정착돼 있지 않아 사업에 어려움이 많았다. 김 대표는 e삼성이 해체되는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언제나 성공을 확신하며 회사를 운영해왔고 결국 올해 7월 코넥스에 상장했다. 현재에는 증권사·은행·보험사·자산운용사 등에 금융정보 데이터를 제공하며 연매출 100억원(2012년 기준)을 돌파했으며 약 750개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다.
"1997년 IMF 위기 이후 우리나라 금융시장에는 데이터나 숫자에 기반한 합리적인 의사결정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 주체들은 합리적 판단보다 감정적 판단에 주로 의존했죠. 그런데 2000년대 들어 IT 붐이 일어날 당시 이재용(현 삼성전자 부회장)씨의 비즈니스 사업 중 하나로 e삼성이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삼성증권 연구원으로 재직중이었는데 때마침 기회가 와서 자본금 65억원으로 에프앤가이드 대표를 맡게 됐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나라는 돈을 주고 정보를 사는 문화나 인프라가 구축돼 있지 않았다. 그래서 레포트 수요도 턱없이 부족했다. 하지만 김 대표는 매일 해외시장의 동향을 파악하며 언젠가 한국의 금융시장도 데이터와 숫자 등을 요구하는 날이 분명 찾아 올거라 확신했다. 그래서 적자를 감수하고 4~5년간 금융 및 환율 데이터를 차곡차곡 모았다.
이런 김대표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05년 화천기계가 IT버블 붕괴로 위기에 처한 에프앤가이드를 인수하며 수년간 적자에 시달리던 회사를 구원한 것. 자금난이 해소되자 김 대표는 인력을 충원하고 더욱 질 높은 금융 정보를 모으며 때를 기다렸다. 결국 증권업이 호황을 누리며 성장하면서 김 대표의 정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기 시작했으며 사업은 날개를 달았다.
"IT버블이 깨졌을 때에는 정말 힘들었죠. 회사가 적자에 시달리니 사람들이 하나 둘 씩 빠져나갔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사원이 퇴사를 했을 때 가장 마음 아픕니다. 그만큼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것의 방증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화천기계가 1년을 망설인 끝에 결국 우리 회사를 인수했고 또 저를 믿고 경영권을 맡겨 준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김 대표는 현재 증권업계의 불황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는 사람 중 한명이다. 그 역시 증권사 연구원 출신임과 동시에 에프앤가이드는 기본적으로 그들의 지식정보를 소비자에게 연결해주는 유통창구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가장 먼저 증권사 스스로가 지식데이터를 재산이라고 여기지 않는 문화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IMF 위기 당시에는 소비자들이 정보에 값을 치르려 하는 인식이 없었다면 이제는 생산자들이 그것을 답습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권사 스스로 페이퍼에 대해 유료화 인식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이른바 지적설계자인 증권사 연구원들이 이런 생태계를 만든 것에 일차적 책임이 있는 거죠. 지금이라도 더 앞을 내다보고 대대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한 때입니다."
김 대표는 이제 막
"앞으로 3년 안에 연매출 200억∼300억원 규모로 회사를 발전시켜 코스닥에 당당히 진입할 생각입니다. 에프앤가이드의 목표는 코넥스 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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