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입장에서는 국민연금과 펀드를 만들면 부채 비율 상승 등 재무구조 악화 부담 없이 필요한 자금을 적시에 조달하고 국민연금은 기금 운용 다변화와 적절한 수익률 확보를 통해 '윈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코퍼레이트 파트너십(Corporate Partnershipㆍ코파) 투자가 두드러진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 M&A나 현지 투자에 나설 때 국민연금이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해 동일 금액으로 1대1 매칭 공동 펀드를 결성하는 방식이다.
2011년 코파 제도가 도입된 뒤 대기업과 중견기업 27곳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거나 펀드 결성을 마치고 해외 진출에 잰걸음을 하고 있다. 약정 금액만 8조~9조원으로 향후 해외 투자에 활용할 수 있는 자금이 17조~18조원에 달한다.
롯데그룹이 국민연금과 추진 중인 총 1조원 규모 코파펀드 결성도 가시권에 들었다. 지난주 국민연금 외부선정위원회를 통과했으며 이번주 중 투자위원회 안건으로 상정될 예정이다. 최종 통과 시 이르면 내년 1분기 중에는 펀드 결성을 마무리 지을 수 있을 전망이다. 전략적투자자(SI)인 롯데그룹과 재무적투자자인 국민연금 측이 각각 5000억원 규모 펀드를 만들어 3000억원씩을 롯데 계열사들의 해외 기업 M&A에 사용하고 나머지 2000억원씩을 롯데쇼핑 등이 중심이 돼 마스터 리스(책임 임차) 등 부동산 관련 투자에 활용한다는 게 골자다.
FI가 조달해야 할 5000억원 중 국민연금이 4400억원을 출자한다. 특히 500억원을 대우증권이 부담하기로 해 눈길을 끈다. 대우증권은 늘어난 자본금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다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또 나머지 100억원은 대우증권과 함께 펀드 운용을 맡은 KDB산업은행과 코스모자산운용이 각각 50억원씩을 출자할 예정이다.
국민연금은 한국전력과 연내에 8000억원 규모 코퍼레이트 파트너십 펀드를 결성하기로 하고 조만간 세부 계약조건 등이 담긴 공동 투자약정을 체결할 계획이다. 국민연금과 한전은 각각 2000억원씩을 부담해 최대 4000억원 규모로 결성한 공동 투자펀드 2개를 만들기로 했다. 하나는 해외 발전소 지분 투자 목적으로, 나머지 하나는 발전용 원재료인 석탄 등을 확보하는 데 활용한다.
CJ도 반년 넘게 지연됐던 1조원 규모 해외 투자펀드 결성을 위해 국민연금과 최종 계약서 내용을 놓고 막바지 조율 중이다. 이 밖에 최근 국민연금과 4000억원 규모 코파펀드 결성에 성공한 인천공항공사는 투자 대상을 물색 중이며 올해 들어 투자위원회를 통과한 풀무원 넥센 LG생명과학 등도 각각 4000억원 규모의 해외 M&A 펀드 결성을 위한 마무리 작업을 진행 중이다.
기업들이 뚜렷한 목적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프로젝트 펀드 결성도 잇따르는 추세다. 포스코는 최근 전라남도 광양에 건설 중인 합성천연가스(SNG)플랜트 건설자금 투자를 위해 총 1조원대 사업비 중 5000억여 원 정도를 국민연금과 우리은행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PEF를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앞서 포스코가 올해 초 진행한 캐나다 철광석 광산 지분 인수에도 참여해 코파펀드와 프로젝트PEF를 통해 총 4억4000만달러(약 4500억원)를 투자한 바 있다. 한솔제지가 최근 유럽 최대 영수증용 감열지 가공ㆍ유통 업체인 샤데스를 450억원에 인수하는 데도 국민연금이 절반가
롯데그룹 관계자는 "펀드를 통해 마련된 자금은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서 백화점과 마트, 쇼핑몰 등 용지 확보와 관련 M&A를 할 때 쓰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CJ그룹 관계자는 "펀드를 결성하면 CJ제일제당(라이신 사업) CJ대한통운(해외 물류기지) CJ오쇼핑(해외 홈쇼핑 진출) CJ엔터테인먼트 등 그룹 해외 사업에 적절히 배분해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두순 기자 / 손동우 기자 / 김효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