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포털 NAVER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창업자인 이해진 의장의 지분 가치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의장의 지분 평가액은 국내 굴지의 재벌가인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 LG의 구본무 회장의 지분 평가액에 육박하고 있다. 이 의장의 지분 가치가 급증하면서 NAVER의 지배 구조도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12일 증권가에 따르면 이해진 NAVER 이사회 의장의 지분 평가액은 전일 종가 기준으로 1조16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국내 주식부자 순위 16위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국내 주식부자 14위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1조1934억원), 15위는 구본무 LG그룹 회장(1조1806억원)이다. 이 의장과 이 부회장, 구 회장간의 지분 가치 격차는 각각 299억원, 171억원에 불과하다. 이 부회장과 구 회장이 보유한 회사의 주가가 동일하다고 가정할 때 이해진 의장이 보유한 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1.5% 오르면 구 회장을, 2.6% 오르면 이 부회장의 지분 평가액을 추월하게 된다.
이처럼 이 의장의 지분 가치가 크게 오른 것은 NHN이 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된 이후 NAVER의 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연초 이 의장의 지분 평가액은 5085억원에 그쳤다. 1년새 지분 평가액이 128%나 늘어난 것이다. NHN의 시가총액은 지난 1월 2일 기준 10조9490억원이었지만 NHN엔터테인먼트를 분할한 현재 시가총액은 23조원을 넘고 있다. 특히 불과 넉달여만에 주가가 55.8%나 급등했다.
NAVER의 시가총액 순위는 연초 21위에서 지난 8월 29일 거래 재개 첫날 14위, 현재 6위까지 상승했다. LG화학, 현대중공업, 삼성생명, 한국전력, 기아차 등 국내 증시의 각 업종을 대표하는 대형 종목을 잇달아 제쳤다.
◆ "소유하나 지배하지 않는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지분을 대거 매각하면서 이해진 의장은 한국을 대표하는 자수성가형 주식 부자가 됐다. 이해진 의장보다 지분 평가액이 많은 주식 부자 15명은 모두 재벌 2세, 3세들이다.
이해진 의장은 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의 지분을 각각 4.64%씩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준호 회장, 김상헌 NAVER 대표 등 경영진을 특수관계인으로 묶어 9.28%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표면상으로 이 의장의 지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창업 초기 검색 사업에서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 삼성SDS, 한국기술투자, 새롬기술 등으로부터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받았고 한게임, 서치솔루션, 원큐 등의 회사를 합병하거나 인수하는 과정에서 지분 가치가 희석됐기 때문이다. 2002년 네이버컴으로 코스닥에 상장할 당시에도 이 의장의 지분은 7.8%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외국 자본의 적대적 M&A에 취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이 의장은 낮은 지분율에도 불구하고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지분율을 늘리지 않았다. 기업의 오너가 별도의 회사를 설립하고 그 기업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부를 축적하는 선례가 적지 않았다.
이 의장은 구 NHN의 지분을 4.64% 보유하고 있었다가 NHN이 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하면서 두 회사의 지분을 4.64%씩 보유하게 됐다. NAVER와 NHN엔터테인먼트는 총 50여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지만 대부분 모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는 구조다. 계열사 중 이 의장이 지분을 보유한 회사는 한 곳도 없다.
회사 경영도 전문 경영인에게 일임하고 이 의장은 일본에서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컴이 합병했을 때에도 한게임의 김범수 대표에게 NHN 단독 대표를 맡기고 이 의장은 네이버
포털업계 관계자는 "재벌 총수들은 물려 받은 회사이다보니 자연히 물려줄 생각을 할 수 밖에 없고 강력한 오너십에 집착할 수 밖에 없다"라면서 "하지만 벤처 출신들은 자신의 지분 문제보다는 회사의 성장 자체에 더 집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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