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울러 업계에선 이번 사고를 옵션 거래 실수 한 번에 회사가 문을 닫게 되는 후진적 결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는 전날 옵션결제대금에 대한 납부 시한인 이날 오후 4시까지 한맥증권이 결제대금 전액을 납입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자체 적립금을 활용해 결제대금 570억6000만원을 대납했다.
한맥증권은 올해 마지막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이었던 전날 장이 열리자마자 코스피200 선물 1종목과 옵션 42종목에 대해 시가보다 훨씬 높거나 낮은 가격에 잘못 주문을 내는 바람에 466억원 손실을 입었다.
시장 관심은 한맥증권이 상환 능력이 있는지에 쏠려 있다. 거래소 측은 "아직 구상권 청구 시한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고 설명했지만 한맥증권이 상환할 가능성은 아주 낮다고 판단되면 예상보다 빨리 구상권을 청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한맥증권 파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이날 직원 6명을 급파해 계좌와 위탁자산 관리 실태 등에 대한 세부 점검에 착수했다. 지난 9월 말 한맥증권 예치금 규모는 320억7213만원이다.
금감원은 한맥증권 고객 가운데 개인고객 비중은 극히 낮은 수준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회사가 사실상 선물옵션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터라 기관 고객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도 전무하다.
거래소도 이날 한맥증권에 대해 매매거래정지와 채무인수중단 조치를 내렸다.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확산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당사자인 한맥증권도 홈페이지에 "당사와 신규 거래를 중단해 달라"며 "기존 고객은 타사 계좌대관이체 또는 청산해 달라"는 공지문을 띄웠다.
한맥증권은 이번 주문 실수에 대한 구제 신청에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원칙적으로 주문 실수 당일 장 마감 후 15분 내 구제신청을 해야 하지만 전산오류로 구제신청조차 실패했기 때문이다.
한맥증권 요청으로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소집된 증권업계 파생거래 담당 임원 모임에선 한맥증권을 지원하는데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지만, 사실상 증권사들이 지원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이번 한맥증권 실수로 이익을 낸 거래 상대방이 대부분 외국인 투자자들로 파악돼서다.
이런 가운데 한맥증권은 코스콤 실수로 구제신청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나서 논란이 예상된다. 전날 구제신청 과정 중 코스콤 프로그램에서 오류가 발생하는 바람에 신청 시한을 넘겼다는 것.
코스콤 측은 이에 대해 "이번 구제신청 실패는 프로그램 오류가 아닌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이번 일을 계기로 주문 실수 한 번으로 회사가 파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반복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자기자본 대비 지나치게 큰 선물ㆍ옵션 주문에 제약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아울러 거래소에서 추진해온 '킬 스위치 제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킬 스위치 제도란 옵션자동매매 같은 알고리즘 거래 시 거래소 측에 관련 계좌 등을 등록해 두면 주문 실수 시 해당 계좌에 제출된 모든 호가를 한꺼번에 취소하는 제도다.
■ 한맥투자증권은
한맥투
[박승철 기자 /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