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6600가구 규모 대단지에서 쏟아져 나온 전ㆍ월세 수요들은 강남권은 물론 경기 성남, 하남 등 일대 수도권 전세금을 끌어올리는 상승 압력이 됐다. 이주 개시와 함께 1100가구가량의 입주민들이 빠져나와 집을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가락동 일대 1억원 중후반~2억원대 전셋집은 씨가 말랐고 전세금 역시 일주일에 1000만~2000만원씩 올랐다.
내년에도 서울 강남권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대거 이주를 앞두고 있어 이 같은 '강남 재건축발 전세난'이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1만5000가구 규모에 달하는 이주수요가 쏟아져 나오며 전세시장 불안감을 가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강남권 입주물량이 올해보다 22% 감소하고, 2015년에도 전년 대비 4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내년 강남권 전세시장은 입주물량 감소와 대규모 이주라는 '이중고'를 겪게 될 전망이다.
15일 부동산114의 강남권 4개구(강남ㆍ서초ㆍ송파ㆍ강동) 재개발ㆍ재건축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내년 이주가 가시화된 정비사업 구역은 총 16곳, 1만4906가구다.
이 중 사업시행 인가 단계인 사업지는 14곳, 1만4258가구며 이미 관리처분 인가를 받은 곳은 2곳 648가구다.
보통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뒤 조합원 자산 가치를 평가하고 추가분담금이 산정되는 관리처분 인가 단계에서 이주를 시작하게 된다.
가락시영의 경우처럼 빠른 사업을 위해 관리처분 인가 이전에 '선이주'를 하는 경우도 있어 이들 사업지 모두 내년께 이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 내년 재건축 사업으로 880가구가 이주할 예정인 서울 강동구 고덕주공6단지 전경. <매경DB> |
서초구에서도 잠원동과 반포동, 서초동 일대에서 총 7개 단지 3030가구의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어 우려가 크다. 가락시영 여파에서 채 벗어나지 못한 송파구의 경우 총 2118가구가 위치한 거여 2-1지구와 2-2지구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올 하반기 개포주공2ㆍ3단지와 개포시영 등이 건축심의를 대거 통과하며 1만2000여 가구 규모 개포지구 재건축이 속도를 내는 것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개포주공은 1단지 5040가구, 2단지 1400가구, 3단지 1160가구, 4단지 2840가구, 개포시영 1970가구로 구성된 재건축 사업지다.
사업속도가 빠른 일부 단지가 내년 이주에 들어갈 경우 전세시장에 또 다른 과부하 요소가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재건축ㆍ재개발 이주시기를 조정할 수 있는 규정이 있지만 실효성을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77조의5에 따르면 시ㆍ도지사는 시ㆍ도 주택정책심의위원회 심
하지만 시기 조정을 받을 경우 해당 정비사업은 그만큼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어 조합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재건축ㆍ재개발 사업은 전세 수요 관점에서도 매우 중요한 변수기 때문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체 사업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상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