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상승장을 예상했던 코스피가 '외국인 자금 유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미국의 잇단 긍정적 경제지표에도 불구하고 코스피에서 외국인은 최근 12거래일 중 2거래일만 순매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10거래일 동안 2조원가량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연말연시를 앞두고 변심한 외국인들의 막판 귀환은 가능할까. 전문가들은 외국인 이탈의 가장 큰 원인인 양적완화(QE) 이슈를 역사적으로 살펴봤을 때 이번 3차 양적완화 논쟁에서 보여준 외국인 자금 흐름 성격은 예전과는 다르다는 분석이다.
특히 중장기적 자금 성격이 강한 미국계 자금은 최근 오히려 늘고 있어 한국 등 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펀더멘털을 다지고 주식 반등을 노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2차 양적완화를 앞두고는 미국계 자금이 대거 이탈하는 모습을 보였다.
17일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11월 미국계 자금의 국내 주식 순매수 자금은 각각 3조974억원, 5115억원으로 집계됐다. 단기차입 성격이 강한 유럽계 자금이 11월 4177억원 순매도로 돌아선 것과는 상반된 수치다. 12월 들어서도 유럽계 주식 자금은 1조7000억원 순유출된 데 반해 미국계 자금은 2억원가량 늘었다. 지난 8월부터 순유입된 미국계 누적 자금은 8조150억원에 달한다. 3차 양적완화 축소 논쟁이 가열될수록 미국계 자금이 들어온 것으로,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경기 개선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다.
이날 코스피도 미국 제조업지수 등 경제지표 호조 등으로 4.59포인트(0.23%) 오른 1965.74로 장을 마감했고, 외국인은 6거래일 만에 170억원 순매수로 전환하며 연말 반등 논리에 힘을 실어줬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낙관론도 퍼졌다. 양적완화 축소 시기는 연내, 내년 1월 또는 3월 등 언제가 되든지 간에 장기적인 관점에선 시장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2차 양적완화 종료(2011년 8월)를 앞두고 미국계 자금 유입은 급격히 줄어드는 움직임을 보였다. 양적완화 종료가 단행되기 3개월 전인 2011년 5월 미국계 자금은 국내에 1조5760억원 유입됐다. 그러나 6월에는 5041억원이 한국 시장을 빠져나가며 국내 경기 및 주식시장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냈다. 결국 2차 양적완화가 단행된 8월 미국계 자금은 1조2918억원 빠졌고, 2000대를 상회했던 코스피도 1700선까지 붕괴됐다. 중장기적인 미국계 자금 유출은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인 시그널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이재만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 양적완화 종료 직전 국면에서 미국계 자금도 유동성 위축을 위한 차익실현 물량이었다"면서 "3차 양적완화에서 진행된 순유입은 경기 회복 기대에 대한 중장기적 자금 유입으로 국내 증시에서도 외국인 매도 공세가 점차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 경제지표 개선, 국내 수출 호조세를 감안하면 외국인들 매도는 펀더멘털 변화에 기인한 게 아니라 연
특히 연말 외국인 '귀환'을 예상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낙폭이 컸던 조선 기계 반도체장비 등 시가총액 상위 업종을 추천했다. 최근 주식시장 조정은 오히려 경기민감주의 저가 분할 매수 기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기계 반도체장비 업종은 11월 말 대비 12월 수익률이 최대 10% 떨어졌다.
[이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