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이달 24일까지 코스피 거래대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7.7% 급감한 973조6264억원으로 집계됐다. 2011년 거래대금이 1700조원을 돌파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2년 만에 반 토막 난 셈이다.
코스피 시가총액 대비 거래대금 비중도 현재 0.3% 수준으로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2000년 이후 이 비중 평균치가 0.7%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거래대금은 가뭄 수준이었다.
이처럼 거래대금이 급감한 것은 우선 코스피가 1850~2050 사이 견고한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보인 탓이다. 또 상반기에만 10조원을 빼가더니 하반기 들어선 다시 13조원을 들이붓는 외국인 행보도 투자심리를 위축시킨 요인 중 하나다. 섣불리 주식에 손을 댔다간 외국인 특유의 '양털깎기' 전략에 말려들 수 있다는 불안감이 거래 감소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처럼 올 한 해 시장은 주가 흐름에 동력이 되는 거래대금이 마르면서 전체적으로 활기를 잃었지만 모든 업종에 걸쳐 거래대금이 감소한 것은 아니었다. 어려운 시장 상황에서도 대안으로 주목받은 일부 업종에 투자자 자금이 집중된 것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내 18개 업종 중 △전기가스 △통신 △운수창고(해운ㆍ항공) △건설 등 4개 업종에서는 올해 거래대금이 증가했다. 박스권 장세 장기화로 주가 상승에 따른 자본차익을 기대하기 힘들게 되자 가치주ㆍ배당주가 다수 포진한 전기가스ㆍ통신 업종이 투자자들에게 재평가를 받은 결과다. 다만 운수창고ㆍ건설 업종은 구조조정 이슈가 맞물리면서 단기 시세차익을 노린 세력들이 매매에 나서면서 거래대금이 늘어난 만큼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거래대금 증가율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전기가스로, 이 업종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33.84% 늘어 19조5372억원을 기록했다. 통신업종(26조6856억원) 거래대금이 같은 기간 30.08% 늘면서 뒤를 이었다.
반면 전기전자(-14.47%) 운수장비(-24.49%) 철강금속(-24.99) 화학(-36.24%) 등 국내 굴지 대기업들이 포함된 업종들은 거래대금이 크게 감소했다.
종목별로는 전기가스업종 대장주인 한국전력 거래대금이 13조5012억원으로 40.5% 증가했다. 한전 거래대금은 전기가스업종 전체 거래대금 중 70%에 육박한다. 한전은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으로 내년 영업이익이 2조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실적 개선 기대가 높아진 덕분에 거래가 크게 늘었다. 다만 주가는 2만5000~3만5000원 사이를
통신 업종에선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거래량이 급증했다. SK텔레콤(10조5242억원)은 39.83%, LG유플러스(6조2857억원)는 50.82% 증가했다. 통신업종 대장주인 SK텔레콤은 가입자의 데이터 사용 확대로 가입자당 평균 매출(ARPU)이 늘면서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던 점이 거래대금 증가 배경으로 꼽힌다.
[오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