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26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늘 사건사고가 많은 것이 세상사라지만 2013년 올해는 유독 자본시장에서 굵직한 사건사고들이 많았다.
지난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직후를 방불케 하는 대규모 기업구조조정이 시작되며 자본시장은 커다란 격변을 겪었다. 구조조정 기업발 매물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쏟아져 나왔고 얼어붙은 시장 심리로 인해 비우량기업은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일반 기업 뿐 아니라 얼어붙은 증시로 인해 먹거리 실종에 시달린 증권사들은 구조조정을 하거나 이마저도 힘에 부쳐 대거 매물로 나왔고 기업공개(IPO) 시장은 여전히 찬바람만 쌩쌩했다. '다사다난'이라는 말로도 모자랄 지경이다.
위기는 기회. 사모투자펀드(PEF) 들이 본격적으로 M&A 시장 전면에 나선 '원년'으로 불릴만큼 PEF들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투자은행(IB)을 육성하려는 취지에서 자본시장통합법 개정도 이뤄졌다.
이를 반영해 자본시장 현장을 누비던 매일경제 레이더M 기자들이 직접 다음과 같이 올해 자본시장 10대뉴스를 선정했다.
◆기업구조조정 본격화…웅진 이어 STX, 동양, 동부, 한진, 현대도
지난해 웅진그룹에 이어 올해 STX그룹과 동양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잇달아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사상 최대 기업 구조조정의 장이 열리게 됐다.
동부그룹, 한진그룹, 현대그룹 등 재무구조에 적신호가 켜진 주요 그룹들은 연말을 앞두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방안을 일제히 발표했다. 동부그룹은 11월 중순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3조원 규모 구조조정안을 내놔 시장을 놀라게 했고,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은 12월 중순 이후 각각 2~3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잇달아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력 계열사가 각각 전기전자(IT)와 자동차 분야에서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 한 삼성그룹이나 현대차그룹, 내수·유통 중심으로 현금창출능력이 우수한 롯데그룹이나 CJ그룹 등을 제외한 대다수 국내 대기업들이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에 내몰려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두산그룹은 선제적인 대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 위험을 줄이고 있고, SK그룹도 사업 및 인력 구조조정을 꾸준히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재원 기자]
◆STXㆍ동양 사태 이후 회사채 양극화 심화
'부익부 빈익빈'
2013년 회사채 시장은 사실상 초우량기업 전용 자금조달 창구로만 활용되는 모습을 보였다.
올들어 STX팬오션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운과 조선 건설 등 취약업종에 대한 유동성 위험(리스크)이 고개를 들면서 회사채 시장은 급격한 경색 국면에 빠져들었다. 설상가상 동양 기업어음(CP) 사태가 터지면서 이후 비우량 회사채에 대한 투자자 기피현상이 심화되면서 중견기업들 회사채 발행시장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로 빠져들었다. BBB급 이하 회사채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투자적격 등급인 A급 기업들이 추진하는 회사채 발행도 줄줄이 흥행에 참패하는 등 신용등급별 양극화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내년에도 신용도별 회사채 양극화 현상은 계속 진행될 전망이다. 국내 회사채시장은 우량등급 중에서도 최상위 등급 위주로만 소화될 것이라는 게 채권발행시장 전문가들 시각이다.
[서태욱 기자]
◆증권사 구조조정…'나 떨고 있니?'
올 한해 증권업계는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 속에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올랐다.
대형사나 중소형사 구분없이 조직개편·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 작업이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다.
증권업계의 실적 부진은 거래량 급감으로 먹거리가 줄어든 가운데 시장의 크기에 비해 너무 많은 증권사 수가 많아 제살깎기 경쟁을 부추긴 결과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증권사의 인수합병(M&A)시 각종 인센티브를 제시하고 경영부진 기업에는 구조조정은 물론 퇴출조치까지 포함한 '증권사 M&A 촉진방안'을 발표해 증권업계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예고했다.
매물로 나왔거나 거론되는 증권사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투자증권의 매각이 진행중인 가운데 현대증권, KDB대우증권 등 대형사와 동양증권을 비롯한 중소형 증권사들도 매각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강두순 기자]
◆PEF 시대 본격화…M&A 독식 현상 심화
PEF들이 국내 주요 기업 인수·합병(M&A) 거래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국내 최대 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가 ING생명보험(1조8400억원), 코웨이(1조1914억원)를 인수하는등 올해 주요 대형 M&A 딜은 PEF가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PEF가 부상하면서 기업 등 전략적투자자(SI)와의 경합에서 이기는 경우도 생기기 시작했다. 한앤컴퍼니는 올해 신세계, 빙그레 등 유통업계 터줏대감을 제치고 웅진식품을 인수했다. PEF는 투자 이후 가치를 올려 재매각에 나서야 하기 때문에 매물을 최대한 싸게 사야 한다. SI와 경합을 벌일 때 PEF가 가격 경쟁력이 처지는 게 일반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국내 보안업체 2위로 꼽히는 ADT캡스 인수전에도 KT, SK텔레콤 등 주요 SI가 주저하는 사이 칼라일, KKR,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 베인캐피탈, IMM PE 등이 참여해 PEF간에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STX, 동양, 동부, 한진, 현대 등 주요 그룹들이 내놓은 구조조정 매물에 대해서도 대기업보다는 PEF가 유력 인수 후보로 꼽히고 있는 상황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이 분석한 결과 올해 들어 3분기까지 PEF들이 투자한 금액은 8조6628억원이다. 반면 올해 대어급 M&A 중 국내 대기업이 성사시킨 건은 GS-LG컨소시엄의 STX에너지 인수에 그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PEF들의 M&A 시장 점령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통상 PEF는 투자 이후 보통 5~7년 후 재매각 등으로 투자회수에 나서야 하는 현실 때문에 투자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 개선보다 재무제표 개선에 더 급급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이 PEF에 인수된 후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하거나 배당 등의 편의성을 위해 상장폐지를 하는 것 등도 이와 같은 우려를 강화하는 대목이다.
[신수현 기자]
◆회사채 발행 막힌 기업들, 대체수단 찾기 골몰
STXㆍ동양 사태로 촉발된 회사채 양극화 현상의 불똥이 A급 기업까지 번지면서 정상적인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해진 발행사들은 '대안 찾기'에 고심했다.
현금을 보유한 기업들은 자체 상환에 주력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기업들은 정부가 마련한 지원책(신속인수제)에 의존하거나 자산을 매각해 돌아오는 자금을 막았다. 지난 8월 옛 한라건설을 시작으로 현대상선과 동부제철이 회사채 신속인수제를 활용해 유동성을 긴급 수혈했다. 일부 기업은 자산을 매각하거나 자산을 담보로 마련한 자금을 회사채 상환에 썼고 일부는 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특히 두산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은 위기 속에서 빛을 발했다. 한때 신속인수 신청을 고려할 만큼 유동성 부족을 겪었던 두산건설은 4000억원 규모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으로 위기를 넘겼다. 두산인프라코어는 미국 건설장비 업체 밥캣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던 해외차입을 상환하기 위해 해외주식예탁증권(GDR)을 발행해 4억달러(4240억원)를 조달하는데 성공했다.
[전경운 기자]
◆IPO시장 침체 지속…대어는 현대로템 뿐
올해 IPO시장의 특징 중 하나는 '대형주 실종'이었다. 올해 상장 또는 상장이 확정된 기업은 모두 41개(스팩 포함)로 전년 28개에 비해 늘었지만 유가증권 시장 상장 기업은 총 3곳에 불과했다.
특히 현대로템(6500억원)을 제외한 DSR과 신송홀딩스는 공모규모 1000억원 미만이었다.
이는 올해 상장이 기대됐던 대어급 종목들이 모두 상장 일정을 무기한 보류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 SK루브리컨츠, LG실트론, 포스코특수강 등은 시장 침체 및 업황부진에 따른 기업가치평가(밸류에이션) 저하를 우려해 모두 상장을 미룬 상태다.
IB업계 관계자는 "정유·화학, 철강, 건설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진 대어급 종목들이 무리하게 IPO일정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건 기자]
◆불황에 증권사 매물 쏟아져…팔리지는 않아
깊어가는 경기 침체에 보릿고개를 견뎌내지 못한 증권사들이 매물로 쏟아지고 있다.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되면서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도 매각 대상이 됐다.
하지만 현재 매각 작업이 한창인 우리투자증권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새 주인을 찾지 못해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형 증권사들의 매각이 난항이다. LIG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리딩투자증권, 골든브릿지투자증권 등이 매물로 나와 인수 후보들을 찾고 있지만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여기에 동양증권과 현대증권도 모기업의 구조조정으로 매각 대상이 됐다.
업계에서는 매물이 너무 많아 M&A 성사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놨다. 업황 회복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 상황에서 수익성이 악화된 중소형사들을 인수할 곳이 없어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나마 중소형사들을 인수할 수 있는 후보군으로 꼽히는 대형 증권사들은 자사 매각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M&A에 나설 여력이 없다. 우리투자증권은 물론 KDB대우증권도 내년께 매물로 출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증권사 매물은 넘쳐나지만 살 곳이 없다"며 "대부분의 증권사들도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하고 있는 통에 다른 곳을 인수할 여력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효혜 기자]
◆IB로 한발 전진…자통법 개정안 시행
국내 증권사들은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글로벌 투자은행(IB)으로 발전할 디딤돌을 마련했다. 올해 8월 자본시장통합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다.
개정 자본시장통합법은 3조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한 대형 증권사들에 기업대출을 비롯한 신용공여 업무를 허용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IB업무를 직접 자문하는 증권사만 제한적으로 할 수 있던 대출업무의 벽을 허무는 것이다.
KDB대우증권,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대형증권사들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기업금융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은행이 사실상 과점하고 있던 인수금융시장에 대형 증권사들이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절반의 성공 코넥스 출범…거래소 '목표달성' 투자자 '외면'
정부가 중소기업의 자금조달 활성화를 위해 지난 7월 코넥스 시장을 출범시켰지만 결과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거래소는 연말까지 45개 기업이 코넥스에 상장할 예정이어서 출범 6개월 성적표 치고는 합격점이라는 내부 평가를 내리고 있지만, 정작 투자자들 반응은 싸늘하다. 코넥스 기업에 투자하려는 개인들은 예탁금 3억원을 내야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 때문에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고, 중소기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털(VC)도 거래가 이뤄지지 않는 코넥스 상장을 권하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20일 기준 코넥스 상장사 35개 기업의 시가총액은 7500억원, 일일 거래대금도 2억4000만원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넥스 기업들이 당초 설립 취지대로 원활하게 자금을 조달할 수 있으려면 거래 활성화를 위한 조치들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코넥스 상장 1년 미만이더라도 경쟁력 있는 기업들은 신속하게 코스닥 시장으로 이전시켜주는 등 눈에 띄는 유인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다영 기자]
◆'말 많던' 수요예측 제도 개선…시장 안정화 기여
2013년도 회사채 시장은 지난해 도입된 수요예측 제도가 완전히 뿌리내리며 시장 안정화에 크게 기여한 한해였다.
특히 꾸준히 지적돼 온 수요예측 제도의 '헛점'이 개선된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다. 금융당국은 지난 10월부터 발행사(기업)가 수요예측을 실시할 때 제시하는 공모희망금리 밴드의 상단을 민평금리(3개 민간 채권평가사가 매긴 평균금리) 이상으로 하도록 했다. 또 희망금리밴드의 폭을 최소 0.20%포인트 이상으로 설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간 시장금리 대비 과도하게 낮은 수준의 희망금리밴드를 제시하던 관행이 사라지면서 미매각율이 한 자리 대로 현저히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 수요예측 제도가 점차 안정화되면서 주관사의 수익성도 회복되고 있다"며 "제도 정착에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결국 시장 선진화에 기여한 셈"이라고 말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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