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월 5일(16:59)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2013년 자본시장 성적 결산◆
2013년 인수·합병(M&A) 시장은 대형딜 부재속 전년대비 급감하는 양상을 나타냈다. 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커진데다 경제민주화에 따른 대기업 투자 위축 및 총수 구속 등으로 인해 M&A 주요 플레이어인 대기업이 대형 M&A시장에서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STX·동양, 자체 구조조정에 착수한 동부·한진·현대 등의 영향으로 올해 M&A 시장에서 기업매물이 넘쳐날 것으로 전망돼 지난해보다는 시장이 활황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은 상황이다.
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에 따르면 지난해 완료기준 바이아웃 딜은 22조2150억원으로 전년 58조2480억원에서 62%나 급감했다. 이에 따라 같은 기준 리그테이블 1위 자문사 성적은 지난 2012년 7조9000억원(하나대투증권)에서 지난해 3조5980억원(JP모건)으로 주저앉았다. 총액기준 시장규모가 쪼그라든 것이다.
이같이 M&A 시장이 위축된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대형딜 규모가 줄어들었다. 지난 2012년을 리그테이블을 좌우한 SK하이닉스·외환은행 딜의 경우 딜 규모가 각각 3조3750억원, 4조3950억원이었다. 이에 반해 지난해 리그테이블을 가른 주요딜인 ING생명·STX OSV·네파·코웨이 등은 금액이 각각 1조8400억원·7680억원·9900억원·1조1910억원으로 1조원 안팎에 그쳤다.
이같이 대형딜 규모가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시장 '큰손' 대기업의 실종 때문이다.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와 외환은행의 경우 대형 기업인 SK텔레콤과 하나금융이 인수자로 나서며 딜이 성사됐다. 해당딜 규모가 4조원 안팎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M&A 시장에서 대기업의 경쟁자인 사모투자펀드(PEF)가 도전장을 내밀기에는 턱없이 크다.
반면 올해의 경우 대기업이 인수자로 나선 딜은 거래가 종료돼지 않은 공표(announced)딜인 GS·LG컨소시엄의 STX에너지 인수를 제외하고는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대기업들이 M&A에 소극적으로 바뀐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매일경제가 최근 국내 주요기업 46곳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대기업 M&A가 최근 주춤한 까닭'에 대해 응답자중 절반이상인 28곳이 '경기불황 장기화'를 꼽았다. 무엇보다 침체된 현재 경제상황이 타개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생각이다.
게다가 지난해 들어 최태원 SK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이재현 CJ 회장 등 대기업집단 총수들이 잇달아 수감되며 대기업 M&A 의사결정이 늦어지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경제민주화를 등에 업은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이 M&A 시장 위축을 불러왔다는 진단이다.
이러한 외부여건이 해결될 경우 대기업이 M&A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며 시장은 한층 활력을 띨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매일경제 설문 중 '올해 M&A 계획이 있냐'는 질문에 있다라고 대답한 기업 8곳 중 6곳은 'M&A 자금이 충분하다'고 답했다. 돈이 없어서 M&A를 못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PEF들이 대형 M&A를 할 경우 안정적인 사업경영을 위해 전략적투자자(SI)인 대기업과 공동투자에 나서려고 한다는 점도 향후 '경기불황', '경제민주화 압박'이라는 두가지 변수만 해결될 경우 대기업 M&A가 활발해질 요인으로 지목된다.
대기업 M&A가 살아나지 못한다 하더라도 올해 M&A 시장은 지난해보다는 훨씬 활황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까지만 이뤄지며 매일경제 레이더M 리그테이블 요건인 '본계약 체결'을 만족시키지 못해 제외된 우리금융 매각이 진행중에 있다. 우투증권 패키지, 우리F&I, 우리파이낸셜
아울러 동양·동부·한진·현대 관련 구조조정 매물도 시장 파이를 키울 요소이며 이밖에 불황으로 인해 대거 매물이 대기중인 증권·건설업종 매물, LIG손해보험 등도 내년 리그테이블 향방을 가를 것으로 분석된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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