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서울 노원구 중계동 주공5단지 전용면적 76.5㎡는 집값 3억6000만원에 전세금이 3억3000만원까지 올랐다. 수원 영통구 벽제골 9단지 주공아파트 전용면적 59.3㎡는 집값이 호가 기준으로 2억3000만원인데 전세금은 2억1000만원 수준이다. 인근 의왕시 내손동 삼성래미안 전용면적 55.4㎡는 매매가 2억8000만원에 전세금은 2억6000만원이다.
서울 아파트 밀집지역인 노원구와 공덕동, 당산동 일대는 지난해 말 이후 전세가율이 80%를 넘는 아파트가 급증하고 있으며 집값이 비싼 강남 서초 반포도 전세금 비중이 급속히 높아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 전세금은 지난주까지 73주 연속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 경신을 거듭하고 있다. 지역별로 전세가율 90%를 웃도는 가구 수는 광주광역시가 2만5411가구로 가장 많고, 경기도 1만586가구, 경북 8705가구, 전남 6741가구, 대구 6102가구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서울은 490가구, 인천은 2607가구, 대전은 2176가구, 부산은 1326가구 등이었다.
경기도 의왕 내손동 A공인 관계자는 "전세금 비중이 80%를 웃돌면 손해를 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수원시와 의왕시에 이어 분당이나 군포시 등도 전세금 폭등이 그치지 않고 있다.
분당 정자동 우성아파트 전용 85㎡는 매매가 5억7000만원에 전세금 4억7000만원으로 82% 수준이다.
같은 단지 전용 69㎡도 매매가 4억5000만원에 전세금 3억6000만원으로 80% 정도다. 군포시 산본동 래미안 하이어스는 전용 84㎡가 매매가 4억8000만원에 전세는 3억9000만원에 나와 있다.
전세금이 집값의 80~90%에 이를 만큼 치솟자 부담을 이기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전세금이 지나치게 상승한 탓에 매매의 물꼬가 트이고 있는 것이다.
수원 영통구의 C공인 관계자는 "전세를 찾으러 왔다가 집값과 2000만~3000만원 차이에 불과한 것을 보고 매매를 선택한 사람들이 꽤 있다"며 "새해 들어 매매문의가 더 늘고 있다"고 말했다.
분당 정자동 D공인 관계자도 "리모델링 수직증축과 더불어 연초 부동산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매매문의도 늘고 호가도 상승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수요자들 중 상당수가 집값 하락을 우려해 집을 사는 대신 전세를 사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추세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전세금은 나중에 이사를 갈 때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최소한 원금만은 보전된다고 생각하는데 전세금의 지나친 급등으로 이런 상식이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전세가율이 과도하게 높을 경우 전세는 더 이상 안전자산이 아니라고 지적한다.
박원갑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팀장은 "무턱대고 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올려주기보단 일부 월세 전환이나 매매로 전환하는 것도 심각하게 고려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진영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