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나가는 혁신도시에는 모두 공통점이 있었다. 우선 규모가 큰 공공기관이 입주하고 학교, 학원, 공원, 쇼핑몰 등 최신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선다. 그리고 기존 도심과 가깝다. KTX는 물론 고속도로를 통해 서울, 대구, 포항, 구미, 광주 등 주요 거점도시와 방사망처럼 연결된다.
◆ 수요자 몰려 '웃돈'
김천시 율곡동에 자리 잡은 경북혁신도시는 KTX는 물론 안팎으로 연결되는 도로망이 이미 완비됐다. 지난해 9월 경부고속도로와 직접 연결되는 동김천IC가 개통하면서 서울은 물론 부산 대구 등 대도시까지 접근성이 높아졌다.
김천시 율곡동 경북혁신도시에서 LH가 공급하는 땅은 100% 분양이 머지않았다. 아파트 용지와 단독주택 용지는 이미 100% 계약이 성사됐다. 다음달 전매제한이 풀리는 '현대엠코타운 더플래닛'도 높은 분양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2000만원가량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올해 7월 한국도로공사(1046명)가 이전을 하면 혁신도시 상권도 본격적으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영록 LH 경북혁신도시 사업단장은 "내년 상반기 한국전력기술(2494명)까지 이전하면 경북혁신도시는 완성 단계에 접어든다"며 "매머드급 공공기관이 들어서면서 혁신도시 방문객만 연간 45만여 명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전주에 위치한 전북혁신도시에는 지난해 12월 입주를 시작한 B11블록 '전북혁신도시 호반베르디움'에 실수요자가 대거 몰리며 매매 물건 씨가 말랐다.
전주혁신도시도 KTX는 물론 호남고속도로와 인접해 서울ㆍ수도권 접근성이 좋고 정부 주요 부처가 자리 잡은 세종시도 자동차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다.
우미공인 관계자는 "분양가 대비 10% 넘는 프리미엄이 붙었는데도 거래가 잘되고 있다"며 "전주 완산구 신시가지에서 집값 상승으로 재미를 본 지역 자산가들이 혁신도시로 몰리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대구혁신도시는 배후 인구가 풍부하고 첨단의료복합단지까지 인접하고 있다. 전국에서 서울 강남 다음으로 교육열이 높은 수성구와 인접한 것도 혁신도시 가치를 떠받쳐주는 요인이다.
울산혁신도시는 KTX역과는 20㎞ 떨어져 있지만 기존 구도심과 연접해 있어 발전 가능성이 높고 이주 기관 종사자들과 입주민 만족도가 높다.
울산시청 관계자는 "혁신도시가 생기면서 바로 붙어 있는 구도심까지 덩달아 발전하고 있다"며 "올해 7개 단지 3925가구가 입주하면 아파트 입주가 거의 마무리된다"고 말했다.
◆ 구도심 공동화는 '염려'
김천에서는 주말이면 이주 기관 직원들이 1시간30분 거리인 서울, 1시간10분 거리인 부산, 30분 거리인 대구 등으로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경남 밀양도 KTX역이 생기고 고속도로가 확충되면서 부산경제권으로 흡수됐다"며 "경북혁신도시도 대구나 구미 경제권으로 흡수될 수 있다는 염려가 있다"고 말했다.
최신 생활편의시설을 갖춘 혁신도시가 들어서면서 낙후된 기존 구도심은 공동화 현상이 가속될 것이란 염려도 있다.
권오춘 김천시 혁신도시지원건설단장은 "혁신도시에 대한 김천 시민들 기대감은 대단하다"면서도 "부곡동 지좌동 등 구도심 공동화가 염려돼 종합계획을 만드는 중"이라고 말했다.
전북도청이 있는 전주 신시가지에서 약 5㎞ 떨어져 있는 전북혁신도시는 전주시청이 위치한 구도심은 물론 신도시 주민 수요까지 블랙홀처럼 빨아들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기업 유치가 남은 숙제
충청북도 진천군과 음성군에 걸쳐 있는 충북혁신도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았다. 수도권 규제를 피해 현재 진천군에는 850개, 음성군에는 1826개 등 중소 규모 공장이 운영 중인데 수도권에서 내려오는 공장 수요를 흡수해 자족형 도시를 만든다는 계획이다.
치악산 자락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강원혁신도시에는 지난해 말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한국보훈복지의료공단 등이 이전하면서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했다. '사두면 오른다'는 생각에 개인이 1억원대에 투자할 수 있는 필지형 단독주택용지는 일찌감치 완판됐지만 결국 성패는 올해 공급되는 클러스터 용지에 달려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계획인구 3만~4만여 명을 공공기관만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시 금천ㆍ산포면 일대 광주전남혁신도시는 대도시인 광주와 40㎞ 떨어진 곳에 독자적인 신도시를 새로 만드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해
전파진흥원에 근무하는 남편을 따라왔다는 주부 이 모씨(44)는 "아이들이 중ㆍ고교 진학을 앞둔 상황인데 교육시설이 모자란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고민을 털어놨다.
[특별취재팀 : 대구·김천 = 문지웅 기자 / 전주·나주 = 백상경 기자 / 진천·원주 = 이승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