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용평가가 KT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 리스트에 올려 논란이 일고 있다. 자회사 지원을 딱 한번 거부한 것을 두고 국내 최고 신용등급의 기업을 쉽게 강등시킬 수 있냐는 이유에서다.
현재 KT 신용등급은 '트리플A'로 장기간 유지돼 왔다. 국내 기업 중 트리플A를 받은 기업은 전체의 1~2%에 불과할 정도로 드물다. 뿐만 아니라 일단 트리플A로 평가받은 뒤에는 강등된 전례가 없어 한신평의 이번 조치에 더욱 관심이 집중된다.
18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한신평은 지난 12일 KT ENS가 법정관리 신청한 것을 계기로 KT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한다고 밝혔다. 자회사 지원을 전격 거부한 KT에 대해 계열사 지원가능성과 재무적 측면 등을 재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신평은 KT ENS가 KT의 지분율이 100%인 자회사며, 그룹 내 알짜기업인 점을 주목했다. KT ENS는 지난 2012년 5006억원의 매출액과 72억원의 영업이익, 당기순이익으로는 46억원을 달성해 KT 계열사 중 실적이 상위권에 속한다.
박상용 기업금융평가본부 실장은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은 흑자 부도"라면서 "애초 부실화된 곳이 아니라 일시적 유동성 위기를 겪는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KT가 지원을 거부한 것은 향후 (KT의) 신뢰도와 평판 등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국내 최우량 신용등급을 자랑하는 KT가 모회사로서 자산인수나 유상증자 등의 방법으로 알짜배기 자회사는 살렸어야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신평의 이번 조치가 성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평사들이 신용등급 하향검토만 한다는 얘기에도 기업체의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점을 감안하면 좀 더 신중했어야한다는 입장이다. 이미 KT는 대기업의 꼬리자르기 논란 등에 휘말려 평판에 금이 간 상태. 앞서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KT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강등해 국내외 자금 조달시 어려움이 예상된다.
KT ENS가 최근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배임혐의 등을 이유로 KT가 지원하지 않은 것이 오히려 신용등급 전망에 긍정적이란 지적도 있다. KT ENS는 현재 내부직원이 협력사와 3000억원대 사기대출 사건에 연루돼 안팎의 여론이 좋지 않다.
이에 대해 한신평 측은 "이번 법정관리 신청은 어디까지나 KT ENS의 태양광 사업에서 우발채무가 발생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사기대출 건과 무관하게 500억원 가량의 채무도 지원할 수 없단 점에서 모회사의 재무능력에 의심을 낳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근 KT는 황창규 신임 회장이 부임하며 그룹 내 구조조정이 예상되고 있다. KT ENS의 법정관리 신청 역시 그러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모회사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게 신
한 신평사 관계자는 "경영진이 바뀜에 따라 기업의 불확실성을 감안한 신용등급 하향검토는 충분히 이뤄질 수 있다"며 "KT의 경우 지난해 당기순손실에 영업정지처분 등 여러가지 악재들이 발생하면서 재무적 조건이 안 좋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매경닷컴 방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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