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3월 20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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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이 다시 사면초가에 놓였다. 최근 부채비율(회사 자산과 비교한 부채 수준)이 급등하면서 기존에 발행한 회사채가 조기상환 위기에 놓인 가운데 최근 신용등급이 투기등급으로 강등되면서 자산유동화증권(ABS)와 전자단기사채(전단채) 등 구조화증권 마저 조기상환 조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20일 투자금융(IB)업계와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이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발행한 ABS와 전단채는 총 3600억원 규모다.
구조화증권은 회사가 보유한 유가증권이나 매출채권 등 현금화가 어려운 자산을 근거로 발행된다. 유동성이 없는 자산을 현금화하는 금융기법이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SPC를 설립해 구조화증권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한다.
현대상선과 관련된 SPC는 '그레이스제삼차(유동화전문)', '파워호텔앤리조트제일차', '투게더니스제일차', '케이디비블루오션' 등 4개다. 주로 장래매출채권에서 발생하는 현금 담보로 자금을 조달했거나 현대상선이 지급보증을 서 준 형태다. 총 유동화 규모는 3622억원이다.
이들 SPC가 발행한 구조화증권 만기는 대부분 올해 말에서 내년까지다. 그레이스제삼차는 만기일은 10월 13일이고, 타워호텔앤리조트와 투게더니스제일차 만기일이 각각 내년 6월과 8월이다.
ABS와 전단채에서 조기상환 사유가 발생한 이유는 최근 현대상선 회사채 신용등급이 하락했기 때문이다. 케이디비블루오션을 제외하고는 구조화증권 발행조건에 현대상선 회사채 신용등급이 BBB 이하로 하락하면 조기지급 사유가 발생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현대상선 회사채 신용등급을 기존 'BBB+'에서 투기등급인 'BB+'로 강등했다.
신용평가사들이 현대상선 신용등급을 강등한 근거는 기존 공모사채 조기상환 가능성이다. 현대상선은 부채비율 유지조항(1000%)을 지키지 못해 사채권자들 결의가 있으면 현대상선은 공모사채 1조3300억원을 단기에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현대상선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1397%에 달한다.
결과적으로 악화된 재무구조가 이어지면서 회사채 조기상환 위기에 몰렸고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하락하면서 구조화증권도 조기상환 위기에 놓이는 도미노 현상이 발생한 셈이다.
회사채는 물론 현대상선 ABS와 전단채도 일반 개인투자자들에게까지 팔려나간 것으로 파악된다.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을 청구하면 현대상선은 즉시 지급히야 할 의무가 발생한다.
현재 현대상선은 자체적인 자금조달 능력을 상실해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를 정부 지원(회사채 신속인수제)을 받아 갚아나가는 중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회사채에 이어 구조화증권쪽에서 유동성 적신호가 켜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다.
현대상선 측은 회사채와 구조화증권 상환문제로 유동성 위험이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회사채는 사채권자 결의가 있어야 조기상환 조건이 되는데 아직까지 움직임이 없고 ABS와 전단채도 조기상환 요청이 들어오지 않았다"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차환 부담이 많이 줄어든데다 자산매각 등 으로 계속 유동성이 보강이 이뤄질 전망이라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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