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와 함께 사라진 고졸채용
"교육부에서는 그런 것(경력 단절 여성 채용이 늘면서 고졸 채용이 줄어든 것)이 전혀 아니라고 하는데 솔직히 과거보다 정부에서 고졸 채용을 강조하는 말이 크게 줄었다."
마이스터고와 특성화고교에서 학생들 진로를 상담하는 교사들은 박근혜정부 이후 찬밥이 된 고졸 채용에 대해 이와 같은 심정을 느낀다고 입을 모은다. 은행권을 비롯해 공공기업과 대기업에서 고졸 채용 규모가 눈에 띄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정부의 고졸 채용 정책만 믿고 특성화고로 일찌감치 진학한 학생들 진로에 대한 걱정이 많다.
사실 고졸 채용은 이명박정부의 핵심 고용정책이었다. 취업자와 기업 사이에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교에 가기보다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바로 취업하는 사회 풍토를 만들겠다는 것으로 이명박정부 교육정책이기도 했다. '마이스터ㆍ특성화고 직업교육 선진화 방안'도 이때 나왔다.
하지만 정권이 바뀐 지 불과 1년 만에 은행권 고졸 채용이 급감하면서 이는 은행권의 '정책 코드 맞추기'에 불과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 박근혜정부 들어 고졸 채용은 줄고 경력 단절 여성 채용이 크게 늘어나는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고졸 채용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 생각은 이명박정부 때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박 대통령은 지난 경제개혁 3개년 담화문에서도 "특성화고와 마이스터고 등 직업교육 과정에 참여한 기업에 대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고졸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 현장에서는 고졸 채용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한 특성화고 교사는 "공공기관도 중요하지만 은행 등 대기업에서 뽑아줘야 하는데 점점 규모가 줄고 있다"면서 "취업이라는 목표를 갖고 특성화고로 온 아이들 꿈이 지켜지길 바란다"며 안타까워했다.
정권 입맛에 맞춰 채용 내용을 수시로 바꾸는 은행권의 '해바라기성 고용정책'도 심각하다. 2013년 고졸 채용 규모를 크게 줄였던 은행권은 올해는 대부분 '아직 계획 없음'이라면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 정부와 여론에서 어물쩍 넘어간다면 채용을 아예 접겠다는 것이 은행 내부 분위기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에서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은 한정돼 있는데 경력 단절 여성을 뽑으려면 고졸 채용을 종전처럼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은행으로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이해를 요구했다. 정권이 바뀌면 경력 단절 여성 취업도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과거 이명박정부에서 고졸 채용 확대를 업적으로 내세웠던 은행연합회가 올해 발표한 고용 현황에서는 고졸 채용 내용이 자취를 감췄다.
[이덕주 기자 / 송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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