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박스권 상단이 2000선에서 견고하게 형성된 배경에는 펀드매니저, 개인투자자 등 주식시장 참가자들 간 일종의 '카르텔(담합)'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00을 박스권 상단 기준선으로 설정해 놓고 모두가 일정 수준의 수익을 내는 머니게임 시스템이 공고해지면서 아무도 이 틀을 깨려 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9일 코스피는 전거래일 대비 5.92포인트(0.30%) 오른 1998.95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는 장 초반 2000선을 돌파하기도 했지만 개인과 투신권에서 각각 4084억원, 525억원 매도 물량을 내놓으면서 2000선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실제 지난 2일과 3일에도 오전 장중 한때 2000선을 넘어서며 올해 들어 처음으로 종가 기준 2000선 돌파가 예상됐지만 약속이나 한듯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다시 20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시장에선 코스피가 2000선에서 견고한 벽이 세워진 데는 최근 수년간 머니게임 룰에 따라 형성된 구조적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수 2000선을 상단으로 설정해 놓은 상태에서 짜여진 매매 전략이 공고화되면서 상당수 시장 참가자들이 지수 2000 돌파를 원치 않게 됐다는 얘기다.
최근 일주일간 시장 참가자들의 매매 패턴을 살펴보면 이 같은 구조의 윤곽이 드러난다. 우선 코스피가 강세를 보이면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10거래일 연속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 이 기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유출된 자금은 1조2000억원이 넘는다. 이 결과 투신권(자산운용사)에선 지난달 27일부터 매일 매도를 지속하며 이 기간 약 9000억원어치 주식을 팔아치웠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수가 2000에 오르면 주식을 팔아치우고 펀드를 환매하는 전략이 관성화됐다"면서 "현재 주가지수는 외국인 매수의 힘으로 2000선 돌파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이런 관성을 깨지 못하면 주가 상승 과실을 누리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종목별로 살펴봐도 이 같은 게임의 법칙은 점차 공고해지는 모습이다. 현재 주식시장에선 강세를 보이는 종목에 대차물량이 급증하는 추세가 확연하다. 일례로 제일모직과 삼성SDI가 양사 간 합병을 발표한 지난달 31일 제일모직과 삼성SDI 주가 급등과 동시에 주식 대차물량도 합병 발표 직전 거래일 대차물량에 비해 각각 1464배, 147배나 급증했다.
네이버도 일주일여의 부진 끝에 지난 2일 주가가 3.21% 상승했지만, 같은 날 대차물량은 16만1177주로 직전일보다 300배 넘게 급증했다. 이 여파로 네이버 주가는 바로 다음날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하면서 3거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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