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9일 금융업 대차잔액은 수량 기준으로 2억196만주에 달해 사상 처음으로 2억주를 돌파했다. 이는 금융주 공매도 금지가 해제되기 직전인 지난해 11월 13일(9477만주)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지난해 말 1억2166만주와 비교해도 큰 폭으로 늘어나 코스피 전 업종 가운데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공매도란 주가가 비쌀 때 증권사에서 주식을 빌려서 판 뒤 값쌀 때 사서 되갚는 투자 기법이다. 주가 하락을 점치는 투자자가 많으면 한꺼번에 공매도 물량이 시장에 쏟아져나오면서 주가 급락을 부추길 수 있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법적으로 금지된 바 있다.
비금융주 주가는 2009년 6월부터 먼저 이 제한이 풀리면서 공매도 세력과 매매공방을 벌인 끝에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아왔다. 그러나 금융주는 지난해 11월까지 공매도 공격에서 벗어나 '안전지대'에 놓여 있었다. 주가가 떨어질 것을 예상한 투자자라도 공매도에 나설 수 없었고 대차잔액도 자연히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공매도 제한이 풀리자마자 이전까지 금융주 주가가 적정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비쌌다고 생각했던 투자자들이 주가 하락에 베팅하면서 금융업 대차잔액은 급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또 지난달 기준으로 설정액이 6조원에 육박하며 급성장한 한국형 헤지펀드와 롱숏펀드가 금융주를 대상으로 숏(공매도) 전략을 활발히 구사한 점도 대차잔액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최근 증권학회에서 발표된 논문 '공매도 금지 해제공시가 시장가치에 미치는 영향 : 금융주를 중심으로' 공동 저자인 염
전체 상장사 중 올해 4월 이후로 공매도를 가장 많이 한 종목들을 살펴보면 기업은행이 공매도량 389만5642주로 1위를 차지했다.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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