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증권사들은 지난해 인력 감축, 점포 축소, 임금 동결 등을 마무리한 만큼 추가적인 구조조정은 없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삼성증권도 지난해 인력 100명을 삼성그룹 계열사로 내보내고 10여 개 점포를 축소한 가운데 올해 더 강력한 구조조정 방안을 내놨다는 점에서 다른 증권사들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증권사들 수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거래수수료 수입이 작년부터 거래대금 부진으로 크게 줄면서 수익이 계속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국내 62개 증권사들의 당기순이익 총합이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했을 정도로 증권업계 한파가 계속되고 있다"며 "올해도 증권사별로 구조조정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일 삼성증권 구조조정 방안 요지는 사업환경 변화에 따른 지점(점포) 축소와 이에 맞춰 인력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거래대금 감소와 모바일거래시스템(MTS) 정착으로 대형 점포 유지에 대한 불필요성이 제기돼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월 유가증권시장에서 MTS 거래금액은 28조2827억원으로 전체 온라인 거래대금 중 25%를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 2%포인트 오른 것으로 온라인 주식투자자 4명 중 1명이 MTS로 거래를 할 정도다. 이는 불황 속에서 고비용을 들여가며 대규모 점포를 유지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당장 인력을 줄이기 힘든 증권사들은 올해도 점포 규모를 점진적으로 줄여가는 것을 우선적인 조정방안으로 채택할 공산이 크다.
삼성증권의 점포 축소 방침은 대규모 희망퇴직을 염두에 둔 것이다. 업계에서는 근속 3년차 이상을 대상으로 300~500명 선이 희망퇴직 절차를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퇴사 희망 직원들은 삼성그룹 계열사로 이전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이를 없애고 희망퇴직만 시행한다. 임원은 전체 30명 가운데 6명을 줄여 이 중 부사장급 2명을 포함해 5명을 퇴임시켰고, 1명(상무급)은 삼성카드로 옮길 예정이다. 이 같은 인력 감축을 바탕으로 점포 간 통합절차가 진행되면 전체 100곳 가운데 25%가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제 관심은 증권업계 구조조정 바람이 확산될지 여부다. 최근 증권가에는 특정 증권사에 대해 인력 감축, 점포 축소 등을 놓고 흉흉한 소문이 나돌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경우 NH농협금융지주에 인수되면서 임직원 3300명 중 1000여 명을 줄인다는 얘기가 나왔다.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인력 축소 같은 민감한 사안은 아직 논의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긋고 있지만 업황이 나빠지면서 불안감은 남아 있다.
하나대투증권도 인력조정설에 시달리고 있지만 회사 측은 근거 없는 소문이라며 부인하고 있다. 현대증권의 구조조정도 초읽기 단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일각에서는 최근 증권사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 개편으로 중소형 증권사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지면서 작은 증권사들에 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지난해 어느 정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만큼 추가 조치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반응이다. 이미 동양증권은
하지만 증권업계 불황이 깊어지면 삼성증권처럼 2~3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증권사만이 아니라 증권업계 전반의 구조조정이 진행 중인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김병호 기자 / 박승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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