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기업 신원의 최대주주 티엔엠커뮤니케이션즈(이하 티엔엠)이 수년째 매출 '0원'을 이어가자 그 존재와 지분 확보 과정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비상장사인 데다 연결 재무제표에 반영할 의무도 없어 지분 구조에 대한 투자자들의 궁금증이 증폭됐다.
◆ 티엔엠, 신원 2003년 워크아웃 졸업 때 등장
티엔엠은 2001년 '광고 대행과 주식 소유를 통한 타법인의 사업 내용 지배'를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로 신원과의 인연은 2003년부터 시작됐다.
신원은 당시 기업회생절차(워크아웃)을 졸업하며 경영정상화 방안을 모색했지만 채권단이 출자전환한 지분을 어떻게 처리할 지 골머리를 썩었다. 채권단이 워크아웃을 마무리하기 전에 지분 매각을 완료하고자 결의했기 때문이다.
이때 등장한 구원투수가 바로 티엔엠이다. 티엔엠은 당시 자본금 1억원 규모의 중소 광고대행사로 신원 주 채권은행인 외환은행 등에서 60억원을 차입해 지분을 신원 주식 45만주(6.83%)를 매입했다.
회사는 이후 장내에서 신원의 지분을 꾸준히 늘려 최대주주로서 자리매김했으며 지난 2012년에는 신원의 2대 주주였던 김용희씨의 보유 주식 전부를 매수해 지분율을 28.42%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김씨는 당시 14.14%의 지분을 양도하며 거래 당일 종가보다 17% 할인한 1060원에 매도했다.
◆ 티엔엠, 매출은 7년째 '0원'…사업의지 있나?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티엔엠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은 201억4000만원으로 이중 신원의 지분 가치가 199억원을 차지한다. 이같은 재무 구조에 일각에서는 회사의 존재와 사업 의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티엔엠은 감사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지난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매출액 0원을 기록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사무실을 마련해 매년 1000만원이 넘는 임차료를 지불하고 있지만 실제 영업 활동은 전혀 발생한 적이 없다. 등록된 종업원 수도 총 4명으로 대표이사 정모씨와 박성철 신원 회장의 자녀인 박정환, 박정빈, 박정주 등 4명의 사내이사가 전부이다.
매출이 전혀 없는 이같은 상황에서 티엔엠은 매년 '자본금 깎아먹기'만 반복하고 있다.
보유한 신원 주식을 담보로 단기 차입한 100억원에 대한 이자가 매년 6억원 규모로 나가고 있으며 신원의 2세 등 이사들에게도 매년 임금이 지급되고 있다. 회사는 정 대표와 신원 2세들의 보수 명목으로 2012년 8400만원, 지난해 6900만원을 지출했다.
◆ 신원, 티엔엠 지분 구조에 대해선 '모르쇠'
현재 티엔엠의 최대주주는 박성철 신원 회장의 아내인 송모씨로 추정되며 지분율 26.6%를 보유하고 있다. 또 박 회장의 세 아들들도 각각 티엔엠의 지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회장은 신원이 워크아웃을 졸업할 당시 대주주로서 기득권을 포기하고 경영인으로 돌아가겠다며 신원 지분 22.64%를 회사에 무상증여한 바 있다. 하지만 가족 등 지인들이 신원 지배구조 관련돼있어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티엔엠은 비상장사로 기업 정보 공개 의무도 크지 않은 데다 신원 지분율이 30%를 넘지 않아 연결재무제표
신원 측은 이에 대해 "티엔엠이 최대주주이고 박 회장의 자녀들이 지분을 갖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도 "지분이나 매출, 자본 등의 구성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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