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보다 PC 수요가 양호했던 까닭은 윈도XP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 지원이 4월 8일자로 종료되면서 선진국을 중심으로 기업용 데스크톱의 교체 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역별로는 일본이 전년보다 35% 늘어 가장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였다. 미국과 유럽도 플러스 증가율을 기록하며 최근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1분기 실적을 발표한 반도체 업체 인텔이나 샌디스크를 보면 PC 세그먼트 및 SSD 호조로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결과를 제시해 반도체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윈도XP 종료에 따른 PC 교체 효과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D램 업체들의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한다. 정작 문제는 밸류에이션이다.
SK하이닉스가 이천에 M14라인 신규 건설계획을 발표하고, 삼성전자가 S3라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두 회사는 M14를 통해 인위적으로 생산을 확대한다거나 S3에서 메모리를 생산한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라고 해명에 나섰다.
현재 메모리 반도체 산업의 구조와 기술적 한계를 감안해 보면 이 같은 회사 측 설명에는 충분히 공감이 간다.
그러나 해외 반도체 전문가들과 경험 많은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 당장은 아니더라도 결국은 잠재적인 캐파(생산능력) 증가 리스크가 높아진 것으로 현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올해 윈도XP 종료 효과에 대해서도 과거 Y2K 이슈 당시 급격한 교체 수요가 이후 침체기로 이어졌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내년 이후 PC 수요에 대해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최소한 앞으로 1~2년 동안은 반도체 업체의 실적보다 밸류에이션에 대한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 업체들과 일부 투자자들은
D램 업체들의 실적 전망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다만 이 같은 논란이 불거지면서 밸류에이션이 한층 높아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반도체 업체들의 주가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기업분석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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