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자산관리공사가 운영하는 서민금융나들목에서 신용등급을 조회한 7년차 직장인 A씨. 최근 2년 사이 연봉은 3000만원 중반에서 5000만원 초반으로 오르고 빚도 성실히 갚았지만 신용등급은 기대 이하였다. 신용평가회사(신평사) 한곳은 A씨에게 1등급을 부여한 반면 다른 한곳은 4등급을 줬기 때문이다. A씨는 4등급을 부여한 곳에 그 이유를 따졌지만 "신평사마다 평가 방식이 달라서 그렇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신용등급은 개인금융거래정보 등을 바탕으로 1~10등급으로 평가된다. 1등급에 가까울 수록 우량 등급이다.
'신용이 곧 돈' 신용사회가 정착되면서 신용등급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경제생활을 하는데 있어 기본이 될 뿐만 아니라 신용이 낮으면 대출 시 이자 비용이 더 발생하는 등 금전적 손해까지 감수해야 한다. 심지어 채용 시 신용등급을 입사 기준의 하나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 이렇게 신용등급이 실생활 곳곳에 영향을 주고 있지만 정작 신용등급 산출 기준을 놓고는 '내 신용등급이 왜 이것밖에 안 돼'라는 10년 넘은 해묵은 논란이 현재도 진행 중에 있다. 이에따라 논란의 원인이 무엇인지 짚어보고 현 평가방식의 문제점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두 차례에 걸쳐 다뤄보고자 한다.
↑ 직장인 A씨의 신용등급. 나이스평가정보 자료. |
◆ 불신 키우는 신평사 등급 격차
신용등급 논란이 불거지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저마다 책정한 신용등급에 적지 않은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적게는 1~2등급, 많게는 5~6등급까지 격차가 벌이지고 있어 등급을 평가받는 입장에서는 등급자체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
이러한 등급 차에 대한 신평사들의 입장은 과거나 현재나 한결같다. 평가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등급이 다르게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같은 된장찌개라도 만드는 사람에 따라 맛이 다르듯이 신용등급도 이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은 신용등급에 불만을 가진 금융소비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있다. 평가방식이 다르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알고리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해진 일련의 절차)에 의해 등급이 산정됐는지 자세한 설명은 곁들이지 않기 때문이다.
때론 '단지 카드사용이 평소보다 많다'는 이유로, 심지어 '빚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된다'며 신용등급을 강등시키거나 상승의 기회를 제한하기도 한다.
◆ '등급 주는 대로 받아' 일방통행식
신용등급의 불신을 초래하는 또 다른 이유는 '일방통행'식 등급 부여다. '주는 대로 받아라'는 식의 현행 등급체계에서는 불만이 있어도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다만 연체 등 신용등급을 평가하는데 기초자료가 되는 금융거래정보가 잘 못 반영된 경우에 한정해 이의신청 제도를 통해 등급 재산정 기회를 부여한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정보의 오류를 전제한 것이어서 등급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을 가진 금융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재평가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다.
금감원도 이의신청 제도가 한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은 인정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체가 없는데 있다거나하는 등 금융거래정보 자체에 오류가 없는 한 신용등급에 불만이 있다고 해서 등급이 조정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 있으나 마나한 평가방식 공개
A씨처럼 자신의 신용등급에 불만이 있는 사람이 적지 않자 등급산정 논란을 의식한 신평사들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를 꺼려하던 평가방법을 2~3년 전부터 공개하기 시작했다. 수학으로 비유하면 '근의 공식'을 공개한 것이다. 공개한 평가방법을 살펴보면 상환이력정보(연체정보), 현재부채수준(대출금, 신용카드 이용액), 신용거래기간, 신용형태정보(상품별 계좌건수) 등 크게 4가지 항목을 평가시 반영한다고 공개했지만 개략적인 요인만 공개해 신평사 간 평가한 신용등급에 차이가 발생할 때 정확한 이해를 얻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등급논란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자 대학생, 사회초년생 등 금융거래정보가 부족한 금융소외자에 한해 통신 및 공공요금납부를 비롯, 현금거래내역 등 비금융정보를 제공하면 신용등급에 반영해주기로 신평사들이 평가방식을 개선하기도 했으나 '내 신용등급이 왜 이것밖에 안 돼'라는 불만을 잠재우기에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기자가 단독 입수(1월 20일 단독 보도)한 신평사인 나이스(NICE)평가정보의 '비금융정보 개인신용평가 반영 현황' 자료에 따르면 나이스평가정보가 지난해 7월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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