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건설사들이 지난해 충격적인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에 훈풍이 부는 가운데, 해외 저가 수주를 줄여 좋은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극심한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가 크다는 지적과 함께 대규모 미착공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이 재무구조에 부담이 됐다는 의견도 있다.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에 매출액 3조2906억원, 영업이익 1877억원을 달성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0% 늘었고 영업이익도 5% 증가했다.
대우건설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0% 늘어난 2조730억원과 9.3% 성장한 1195억원으로 집계돼 '깜짝 실적(어닝 서프라이즈)'라는 평가를 받았다.
GS건설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조406억원, 영업손실 183억원을 기록했다. 적자 지속 상태기는 하지만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규모가 크게 줄어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대형건설사들은 문제가 됐던 해외 저가 수주 공사를 마무리하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난해 해외 사업 부문의 수익성 악화로 직격탄을 맞은 후 상처 치유에 노력한 결과다.
현대건설은 양질의 해외 대형공사를 늘려 외형 성장을 달성했다. 회사는 충당금 부담이 컸던 아랍에미리트 보르쥬 공사를 쿠웨이트 원유공사 파이프라인 현장도 2분기 중 완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양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회사는 이라크 카발라(Karbala)정유, 칠레 챠코아(Chacoa) 교량 등을 수주해 이미 올해 목표액의 16.2%를 달성했다"며 "원가율 개선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GS건설의 경우, 저가 수주 공사를 마무리하고 수익성이 높은 시장에서 수주를 꾀하고 있어 1분기에 해외 부문 원가율이 96.5%까지 낮아졌다. 이는 전분기 대비 8.1%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대우건설은 주택 시황이 나아지면서 시장 기대치를 웃도는 실적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상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대우건설은 매출의 50% 이상이 국내 주택·건축 부문에서 나온다"며 "주택 시장이 개선되면서 분양 매출이 크게 늘어 원가율이 지난해 91.2%에서 올해 1분기 86.2%까지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지난 1분기 분양했던 마곡과 동대문 푸르지오시티 청약률이 예상보다 양호했으며 문제 현장이었던 김포 풍무의 분양률도 지난해 30%에서 올해 95%까지 올랐다는 것.
다만 이들 회사는 모두 미착공PF 자금이 대규모 쌓여 있어 차후 현금 흐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PF는 담보 없이 사업 수익성을 근거로 자금을 빌려 부동산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주로 시행사가 금융회사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으면 시공사인 건설사가 지급보증을 선다. 건설사들은 착공을 전제로 돈을 빌렸기 때문에 공사를 시작하기 전까지 차입금에 대한 이자를 부담해야한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GS건설은 12개 사업장이 미착공 상태로 미착공 PF 자금은 1조5110억원로 집계됐다. 현대건설도 평택 세교 힐스테이트, 경기 광주 태전 5·6지구 힐스테이트 사업장의 미착공 PF 사업규모가 1조1000억원이다. 대우건설은 평택 용죽지구 등 3곳에서 공사를 시작하지 못해 7470억원의 미착공 PF 자금을 쌓았다.
PF로 인한 재무 부담이 가중되자 신용평가사들이 이들 기업의 신용등급을 줄줄이 하향하고 있는 것도 우려된다. 회사들이 낮은 신용등급 때문에 회사채 발행이 쉽지 않아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등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ABSTB는 만기일이 3개월 미만인 경우가 많아 재무구조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17일 대우건설의 신용등급을 A+(안정적)에서 A(안정적)으로 내려잡았다. GS건설에 대해선 지난해 5월 신용등급을 AA-에서 A+로 조정하고 등급전망 '안정적'을 제시한 바 있다.
다만 현대건설은 현대자동차 등 계열사 네트워크와 중장
한 금융투자회사 연구원은 "현재 건설업계는 업황 개선 등 긍정적인 면과 PF부담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신용등급 하락 등으로 문제가 이어지고 있어 앞으로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매경닷컴 이가희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