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수기였음에도 이들 IT 업체가 기대 이상 성적을 거두면서 멀어졌던 관심이 다시 살아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상승세가 계속될지, 매수ㆍ매도 시점을 어떻게 정할지를 두고 투자자들 생각도 복잡해지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들 3인방에 대한 투자는 각 기업이 직면한 주요 변수를 잘 따져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LG전자는 지난달 29일 영업이익 5040억원으로 전년 대비 44.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3000억원대였던 증권업계 추정치를 크게 웃도는 것으로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TV사업을 관장하는 홈엔터테인먼트(HE) 부문에서 기록한 2403억원 영업이익이 크게 기여했다. 전년 같은 때보다 2046% 늘어난 수준이다. 동계 올림픽과 월드컵 효과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증권가에서도 비교적 LG전자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지만 성장 지속성에는 여전히 물음표가 남아 있다. 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휴대폰 부문(MC)이 여전히 영업적자 88억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일시적 TV 효과에 견줘볼 때 지속적인 먹거리가 아직 부족하다는 게 근거다.
2분기까지 지속될 HE 부문 호조를 지켜보면서 매도 타이밍을 노리는 게 낫다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스마트폰 경쟁 심화, 에어컨 계절 매출 감소, 월드컵 특수 종료로 3분기부터 LG전자 모멘텀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고점을 노려 매도하는 전략이 타당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도 LG전자와 마찬가지로 지난달 24일 시장 기대치를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당초 증권업계에서는 영업이익을 9784억원으로 점쳤으나 실제 1조572억원이라고 발표했다. 매출액은 전망치인 3조7442억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3조7426억원이었다.
낸드 등 모바일 메모리반도체 매출이 전분기보다 줄었음에도 PCㆍ그래픽 분야 납품이 늘었다. 외국인 매수세에 주가가 4만원을 넘어선 SK하이닉스의 상승 관건은 과점화된 D램시장 공급 여건이 될 전망이다.
당분간은 D램 공급이 급속히 늘어나거나 수요가 줄어들 가능성이 낮아 D램 가격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1분기 D램 가격의 완만한 하향세가 나타났음에도 관련 업체 수익성이 개선된 현상으로 비춰볼 때 주가 상승 여력은 아직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영주 현대증권 연구원은 "가격 하락기 D램 수익성이 개선된 건 관련 산업에서 처음"이라면서 "시장 변화의 최우선 수혜주가 SK하이닉스이지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기존 SK하이닉스 투자자라면 보유하되 애플 신제품 출시 이후 보유ㆍ매도를 판단하라는 조언도 덧붙여졌다.
삼성전자는 영업이익 8조4888억원의 비교적 선방한 1분기 실적을 내놨다. 당초 영업이익이 8조원 초반대까지 밀릴 것이란 예측도 있었지만 지난 분기 8조3000억원에서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삼성전자 실적보다 '주주친화정책' 발표 여부에 더 큰 관심을 가졌다. 지난달 29일 실적 발표 이후 일시적으로 차익 매물이 나온 것도 자사주 매입 등 주주친화정책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갤럭시S5 등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정적 지위의 지속 가능성은 확인됐지만 성장 모멘텀으로는 부족할 것이란 점에서다.
특히 스마트폰 경쟁사 미국 애플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자사주 매입 확대, 배당금 증대, 주식 분할 등 주주들에게 '당근'을 제시한 것과 대비
유의형 동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이익방어력이 증명되면서 저점 매수 기회가 왔다"면서도 "별다른 주주 환원ㆍ주가 부양책이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은 투자자에게 다소 실망스러웠던 점"이라고 진단했다.
[윤재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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