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가 2000선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든 불확실한 장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펀드매니저들이 '바벨 전략(Barbell Maturity)'에 주목하고 있다. 시장 방향성이나 특정 종목, 업종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대신 고성장주와 저평가 경기민감주 비중을 동시에 높여 시장 변동성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바벨 전략이란 다양한 선택이 가능할 때 중간 위험도 투자를 배제하고 아주 안전하거나 상당히 위험한 극과 극의 조합으로 자산을 배분하는 전략을 뜻한다. 투자 구조를 그려보면 역기(바벨)와 유사하다는 데서 유래됐다.
외국인 매수세에 주가가 단숨에 2000선을 회복하자 펀드매니저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그간 성장주와 중소형주 위주로 투자해왔던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올 한 해 코스피 1900~2000 박스권 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포트폴리오를 운용해 왔지만 최근 경기민감주 주가가 급등하고 일각에선 코스피 박스권 돌파 가능성까지 제기돼 고민이 크다"고 토로했다. 증시가 어느 방향으로 튈지, 주력 업종이나 종목은 무엇이 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장세에서 성장주와 저평가 경기민감주 비중을 함께 늘리는 바벨 전략으로 전환하는 매니저가 늘고 있다.
20일 증권정보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기관투자가는 고성장주 대표격으로 지목되는 네이버와 저평가 경기민감주의 대명사인 삼성전자 비중을 동시에 늘리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기관투자가의 네이버 순매수 금액은 1288억원, 삼성전자 순매수 금액은 965억원에 달한다. 네이버 외에도 KCC 코웨이 컴투스 위메이드 등 고PER 성장주로 자금이 유입됨과 동시에 삼성증권 한화케미칼 현대위아 하나금융지주 등 전통적 경기민감주에 대한 매수세도 되살아났다.
이들이 바벨 전략을 선택한 이유는 투자 위험은 있지만 고수익 기대감도 큰 성장주와 주가가 이미 많이 하락해 추가 하락 리스크가 작은 경기민감주 비중을 모두 높여놓으면 코스피 수익률에 크게 뒤처지거나 대규모 투자 손실이 나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에서다. 주가 방향성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일반적으로 주가가 박스권에 갇히거나 약세를 보이는 상황에선 성장주나 중소형주가 두각을 보이고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대세 상승기에 접어들 경우 경기민감주나 대형주 수익률이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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