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엔 '기업분할 발표=주가 상승'이란 공식이 있다. 지배구조 개선을 노릴 수 있고 기존에 부각되지 않았던 비상장 계열사의 가치도 다시 평가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작년 기업 분할을 발표했던 아세아시멘트 코스맥스 종근당 등이 모두 비슷한 길을 걸었다.
하지만 만도는 달랐다. 존속법인 '한라홀딩스'와 신설법인 '만도'로 기업을 쪼개는 방안을 내놓은 다음날 주가가 14.81% 폭락하더니 지금도 당시와 비슷한 11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건설업이 주력인 한라에 대한 지원 등 끊임없는 지배구조 이슈에 지친 투자자들이 기업분할마저도 부정적으로 봤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경기도 판교에 있는 만도 본사에서 만난 김경수 사장(CFOㆍ58)은 "만도 주가흐름 결정 요인은 수익성과 지배구조 이슈였다"며 "지주회사 전환 계획은 피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지배구조 디스카운트'를 해결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뜻이다.
그는 "이번 결정이 한라를 지원하기 위한 것으로 투자자들이 아직 오해를 하고 있는 듯하다"며 "이른 시일에 대책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기업분할에 따라 만도의 현금성 자산 4500억원이 한라홀딩스를 거쳐 한라로 그대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 규정에 따라 한라홀딩스는 신설되는 만도 지분 20%를 확보해야 해 한라가 보유한 만도 지분(17.3%)을 살 가능성이 높다. 예상대로 구조개편이 진행되면 한라는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김 사장은 이에 대해 "한라홀딩스가 현금뿐만 아니라 차입금 3900억원도 가져오도록 되어 있다"며 "한라를 지원하기 위한 단순 미봉책은 절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라가 하이힐을 매각하고, 아파트 미분양이 빠르게 소진되는 만큼 상황이 괜찮아지고 있다"며 "한라에 대한 추가 지원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실제로 한라는 지난 1분기 영업이익 122원을 기록해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투자자들이 우려하는 또 다른 대목은 사업부문 분할 후 만도의 재무제표가 크게 악화된다는 점이다. 현금성 자산은 500억원 안팎만 남고, 부채비율은 기존 157%에서 241.5%로 상승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만도는 만도차이나홀딩스에서 유입되는 배당금과 올해 예상이익을 감안하면 부채비율을 상당히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만도의 올해 영업이익을 작년보다 8% 성장한 3663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는 "현재 불확실성 때문에 지지부진한 만도 주가도 지주사 전환이 마무리된 시점 이후엔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사장은 "만도는 펀더멘털이 정말 튼튼한 회사"라며 "그동안 지배구조 이슈에 가려 있던 내실이 인정
김 사장은 1956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한양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2년 한라중공업 해외사업부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주)만도 기획실장, 영업총괄 사장(CMO)을 거쳐 지난해부터 글로벌 플래닝&매니지먼트 총괄사장(CFO)을 맡고 있다.
[손동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