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이 주 전산시스템 교체를 놓고 빚어진 이건호 행장, 정병기 상근감사위원과 이사회 사외이사들 간 갈등 해결을 위해 진상조사위원회를 만들려고 하자 금융감독원이 특별검사가 진행 중이라는 점 때문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25일 "국민은행이 구성하겠다고 한 진상조사위원회가 금감원 검사를 지연ㆍ지체시키려는 목적이라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외부 전문가와 내부 인사가 함께 참여하는 진상조사위를 구성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이 관계자는 "진상조사위 성격을 봐야겠지만 금감원 검사가 시작된 다음에 사외이사 측이 기존 감사 결과를 못 믿겠다는 점에서 구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번 진상조사위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제안된 방식이긴 하지만 사외이사 측에서 제안한 것인 만큼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금감원은 유닉스 기반으로 주 전산시스템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의사결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IBM 측 이의제기 과정에서 의문점은 없었는지 엄밀하게 검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이사회에서 진상조사위를 구성하는 것을 직접적으로 제지할 권한은 행사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30일 이사회에서 진상조사위가 설치될 수도 있어 이렇게 되면 'KB 내분 사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은행 측은 주 전산시스템을 변경하는 이사회 결정에 대해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할 계획이었지만 우선 이사회 논의를 기다리겠다는 입장이다.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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