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민銀 이사회 감사보고서 논의

KB국민은행 측이 주전산기기 교체를 둘러싼 의혹을 자체 감사하며 작성한 특별감사보고서 내용이 알려지면서 'KB 사태' 진실을 둘러싼 의혹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KB금융지주가 국민은행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의도적으로 수정하고 중요 내용을 누락시켰다는 점까지 감사보고서에 담겨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KB금융지주는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하며 감사보고서가 오히려 왜곡됐다고 재반박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측은 논란 끝에 30일 열리는 이사회, 감사위원회에서 감사 결과를 정식 안건으로 상정하고 감사보고서 채택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다. 하지만 국민은행 경영진과 사외이사가 여전히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만큼 이날 이사회에서 갈등이 봉합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결국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를 보고 다시 의논하자는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감사보고서에는 지주회사가 IBM 소요 비용을 높게 산정하고, 유닉스로 전환하는 비용은 축소한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IBM 제안 가격을 명확한 산출 근거 없이 410억원가량 높게 산정하고, 유닉스 전환에 따른 비용은 100억원 정도 축소 보고했다는 것. KB금융지주가 이 같은 비용 추정에 근거해 IBM보다는 유닉스 전환이 더 낫다는 논리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KB금융지주 측은 IBM 제시 가격 자체가 비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컴퓨터로 말하면 본체만 갖고 가격을 산정한 것"이라며 "실제로 시스템을 운용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을 재산정하면서 410억원이 더해졌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게 된 것은 유닉스로 전환할 때 비용이 벤치마킹테스트 이후 뒤늦게 1000억원가량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건호 국민은행장이 의혹을 갖게 된 배경 중 하나다.
KB금융지주 측은 벤치마킹테스트 후 나온 3055억원이라는 금액이 실제 소요 비용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3055억원이라는 금액은 단지 시장 가격을 취합해본 것일 뿐"이라며 "실제 소요 비용은 입찰 과정에서 큰 폭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감사보고서는 유닉스 전환 시 리스크에 대해 지주사 직원이 은행 보고서의 중요 내용을 수정하고 누락했다고 지적했다. KB금융지주 측은 일부 성능 문제가 발견됐다는 내용을 보고했고, 운영 과정에서 충분히 극복 가능하다는 내용까지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이런 감사보고서를 놓고 국민은행 사외이사들이 끝까지 이사회 상정에 반대한 이유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민은행 측은 이사회에 상정해 수정 여부를 결정하면 되는데, 지주회사가 안건 상정 자체를 막았다고 주장했다. 이 행장이 금감원 특검까지 요청하게 된 결정적 이유다.
사외이사들은 사실을 왜곡한 내용이 담긴 감사보고서이기 때문에 이사회에서 채택할 수 없다고 맞서왔다. 정병기 국민은행 감사는 "감사 내용을 공개할 수는 없다"면서도 "성숙한 사회로 가기 위해 의혹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은행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박용범 기자 / 안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