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6월 03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주)호텔롯데가 공모 시장을 피해 사모 시장에서 자금조달에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호텔롯데는 사모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주로 활용해 자금을 조달하는 모습이다. 최근 대기업들이 공모 회사채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낮은 금리로 발행하고 있는 분위기 속에서도 호텔롯데는 사모 회사채를 고집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3일 투자금융(IB)업계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지난달 30일 총 1000억원 규모 3년 만기 사모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표 주관사는 한국투자증권이 맡았다.
호텔롯데는 사모 회사채로 조달한 자금과 자체 보유 현금으로 오는 16일 만기 도래하는 공모 회사채(2300억원 규모)를 상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들어 호텔롯데는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앞서 지난 3월에도 호텔롯데는 사모 회사채 1000억원과 기업어음(CP)를 발행해 만기 도래한 공모 회사채를 차환(만기 도래한 회사채를 새로운 회사채를 발행해 상환하는 것)했다.
최근 연기금 보험사 등 기관투자자 회사채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우량 기업집단에 속한 기업들은 유리한 조건으로 회사채를 발행하고 있다. 롯데그룹 핵심 계열회사인 호텔롯데 회사채 신용등급은 'AA+'로 초우량 등급에 속해 있어 사모 시장을 찾을 이유는 많지 않다. 최근 사모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들은 신용등급 문제로 대부분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자금조달이 어려운 곳이 많다.
최근 대기업에 유리한 시장 분위기 속에서도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를 피하는 이유는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때 발생하는 정보공개 의무가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라는 게 IB업계 전문가들 시각이다.
호텔롯데가 가장 민감하게 생각하는 것은 주주에 대한 정보다.
지난해 동양 사태와 STX 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투자자보호를 강화하면서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자금을 조달하는 공모 회사채나 유상증자 등을 진행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종전보다 구체적인 정보를 외부에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2년 반만에 공모 회사채에 돌아왔던 호텔롯데는 감독당국이 요구한 정보공개 수준에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감독당국은 호텔롯데 주주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호텔롯데는 지분 2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일본 롯데홀딩스에 대한 간략한 정보를 처음으로 공개했다. 그러나 여전히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에 대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다. 신동주 일본 롯데그룹 부회장과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이 롯데홀딩스 지분을 나눠서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구체적인 지분 구도 파악이 어려운 상태다.
나머지 80% 지분을 보유 중인 일본계 투자자금에 대한 정보도 여전히 미공개로 남겼다. '일본 주식회사L 제4투자회사'(15.8%), '일본 주식회사L 제9투자회사(10.5%)', '일본 주식회사L 제7투자회사(9.5%)', '일본 주식회사L 제1투자회사(8.7%)', '일본 주식회사L 제8투자회사(5.8%)' 등 5% 이상 주요 주주를 익명으로 기재하는 선에서 정보 공개를 마무리했다.
호텔롯데가 다시 공모 회사채 시장에 나오면 이보다 강한 정보 공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전문가들 시각이다. 금융당국이 금융산업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강화하는 작업에 신경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호텔롯데가 공모시장에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오너 일가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민감한 정보에 대한 공개 요구를 받아들이면서 호텔롯데가 공모 회사채를 발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이라며 "롯데홀딩스와 지분 관계가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공모보다는 사모 회사채나 CP 등 정보공개 수위가 약한 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태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