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은 그동안 지주 전환이 이뤄지면 삼성에버랜드에 합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져 왔다. 삼성전자 역시 지주사와 사업회사 분할을 통해 사업회사 가치가 극대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 바 있다. 이날 하락세는 단순히 지주사 전환 가능성이 낮아진다는 실망 매물뿐만 아니라 큰 폭 상승에 따른 차익실현 심리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물산은 전 거래일보다 5900원(7.49%) 떨어진 7만2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3.29%)와 삼성엔지니어링(-4.53%)도 비교적 낙폭이 컸다. 그러나 금융계열사 지배구조 재편 핵심인 삼성생명을 포함한 금융계열사들은 오히려 상승 마감했다. 삼성생명이 0.99% 오른 것을 비롯해 삼성증권(0.72%) 삼성화재(1.71%) 등이 상승했다. 현행법상 일반 지주사는 금융자회사를 보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향후 삼성에버랜드의 금융계열사 지배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던 게 사실이다. 현재 중간금융지주사를 통한 보유는 가능하도록 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국회 통과는 불확실한 상황이다. 이날 금융계열사가 상승한 데는 리스크 해소 가능성이 커진 데 대한 안도 심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나리오 가운데 에버랜드를 축으로 한 지주사 전환 가능성을 높게 봤다. 상장한 에버랜드가 삼성물산과 합병한 뒤 삼성전자 지분(4.1%)을 가져오면서 삼성전자ㆍ생명이 중간지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될 삼성생명의 삼성전자 보유지분 처리 부담 등으로 지주사 전환이 쉽지 않은 것으로 재확인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증권가에서 이뤄졌던 논의가 결국 초기 상태로 돌아온 것"이라면서 "그룹 측에서는 정해진 게 없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에서는 만약 지주사 전환이 이뤄지지 않더라도 오너 일가 세금 문제 등으로 배당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방향성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직 계열화가 강화될 때 계열사 간 지분 거래가 활발해지며 나타날 가치 상승 효과도 결코 부정적이지 않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날 주가 하락은 그동안 크게 오른 데 따른 차익실현 차원에서 비롯된 것으로 지주사 전환 여부가 절대적인 가치 상승의 키는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일단 '에버랜드 지분가치를 키워야 하는 당위성'에 더 주목하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생명 가치가 에버랜드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바이오 관련 핵심이 될 삼성바이오로직스 성장성도 관심 있게 봐야 한다"면서 "그룹 내 움직임은 어떤 식으로든 에버랜드 가치를 키우는 쪽으로 가게 될 것이고 여기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 등 삼성 지배구조 개편의 방향성이 명확하기 때문에 투자가치가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삼성물산 역시 삼성SDS 삼성전자 등 보유한 계열사 지분가치로 볼 때 이날 하락은 과도하다는 평가다. 김지웅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지분이 취약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삼성전자 등의 분할을 통한 지주사 전환도 쉽지 않은 선택이기는 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5.
[윤재언 기자 / 김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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