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늦게 도착한 K기자는 택시에서 서둘러 요금계산을 하고, 곧 바로 은행 정문을 향해 뛰어 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왜 이렇게 많은 기자들이 이른 아침, 바쁜 걸음으로 기업은행으로 몰려든 것일까.
기업은행은 이날 오전 7시 '월드컵 응원 번개'라는 다소 이색적인 행사로 호응을 얻었다.
아침에 유독 바쁜 기자들을 배려하며 스킨십도 높이고 국가대표팀도 응원하는'1석 2조'의 홍보 마케팅을 진행한 것이다.
앞서 기자들에게 보낸 행사 초대장에는 '출근·관람·조식·응원, 네마리 토끼를 한 번에~!'라는 재미있는 문구도 넣어 기자들의 참석을 독려했다.
이날 현장에 먼저 도착한 기업은행 임직원들은 빨간 티셔츠를 맞춰입고 기자들을 반갑게 맞이했다. 19층 직원식당에는 84인치 대형 텔레비젼이 설치돼 있었고 아침 메뉴로 국밥과 과일, 쿠키, 커피 등도 마련돼 있었다.
전반전 경기가 골 없이 무승부로 끝난 직후 권선주 기업은행장(사진 가운데)도 빨간 티셔츠를 갖춰입고 합류했다.
권 행장은 인사말을 통해 "앞으로도 기업은행을 평온하고 안정된 은행으로 만들어 갈 것"이라며 "한국 축구대표팀을 힘차게 응원 해주는 것처럼 (기자들이) 기업은행도 많이 응원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후 이벤트 결과 발표가 많은 기자들의 관심을 끌며 흥을 돋웠다.
한국팀 전반 스코어 결과와 첫 득점 선수, 첫 코너킥 선수, 첫 반칙선수를 맞히는 이벤트였다. 기자는 한국팀 첫 득점 선수를 맞혔다.
조마조마하게 경기를 지켜보던 후반 23분.
교체선수로 들어간 이근호의 선제골이 터지자 환호성을 터트리며 다 함께 '대∼한민국'을 소리높여 외치기도 했다.
평소 온화한 성품으로 '여자 공자(孔子)'라는 별명을 가진 권 행장도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며 풍선 막대를 때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업은행은 본점이 아닌 전국 영업점에서도 텔레비젼이나 사내방송을 통해 응원 열기에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다른 금융사들도 한국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전을 펼쳤다.
NH농협은행은 오전 7시 본점 대강당에서 김주하 은행장과 노조가 함께 한 노사 공동응원전을 벌였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노사 한마당 행사를 겸해 한국팀의 승리를 기원하는 응원전을 가졌다"고 말했다.
신한은행은 별도 이벤트는 마련치 않았으나 본점 강당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임직원들의 응원을 지원했다.
NH농협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KDB생명,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신한카드, SK카드, BC카드 등도 희망하는 직원들이 응원할 수 있도록 대형 화면과 간식 등을 마련, 단체 응원전을 펼치며 화합의 장을 만들었다.
일부 금융사에서는 출근시간대 조정도 이뤄졌다.
동부생명은 출·퇴근 시간을 본인 희망에 따라 1∼2시간 늦출 수 있도록 했고,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은 18일 출근시간을 오전 9시에서 10시
한편 국가대표팀이 브라질 월드컵 첫 경기에서 비록 무승부를 기록했으나 당초 예상보다 선전하면서 월드컵 분위기가 한껏 고조, 오는 23일 오전 4시 알제리, 27일 오전 5시 벨기에 경기 응원전도 후끈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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