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7월 9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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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10주년을 맞은 토종 사모투자펀드(PEF) 업계에 세대교체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정부의 PEF 육성 정책에 힘입어 성장한 이른바 '황금세대' PEF들이 주춤하는 사이에 30~40대 젊은 인재들이 이끄는 차세대 PEF가 급부상하는 추세다.
9일 PEF업계에 따르면 최근 보고펀드ㆍMBK파트너스ㆍH&QㆍKTB PE 등 주로 2000년대 중반에 설립된 1세대 PEF들은 보유 매물들에 대한 엑시트(자금 회수)가 난항을 겪으면서 주춤거리고 있다.
PEF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집중 지원을 받아 성장한 대형 PEF들의 쇠락세가 뚜렷하다"며 "시장서 자금을 새로 모집한 신생 PEF들의 성과가 기존 강자들을 능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1년 싱가포르 테마섹을 비롯한 국부펀드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아 설립된 한앤컴퍼니는 대한시멘트ㆍ웅진식품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업계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2009년 설립된 자베즈파트너스는 그린손보(현 MG손해보험) 인수에 성공한 후 LIG손보ㆍ현대증권 인수전에 잇달아 참여하며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다. 비슷한 시기에 만들어진 글랜우드는 최근 현대홈쇼핑 등 쟁쟁한 인수후보들을 제치고 동양매직 인수에 성공했다.
PEF업계가 세대교체 바람을 맞으면서 자연스럽게 PEF를 이끄는 키맨(핵심인재)들도 관료ㆍ대기업 출신의 50~60대 베테랑에서 실무에 능한 30~40대 인수ㆍ합병(M&A) 전문가들로 바뀌는 추세다. 이들 중 상당수는 유학파 출신에 외국계 PEF에서 M&A 관련 경력을 쌓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한앤컴퍼니를 이끄는 한상원(43) 대표는 하버드 MBA 출신으로 모간스탠리PE 한국 대표를 지냈다. 올초 글랜우드에 합류한 이상호(40) 대표는 지난해까지 골드만삭스 한국지점에서 일하며 실무 경력을 쌓았다.
정도현(40) 도미누스 대표, 안상균(43) 앵커에쿼티파트너스 대표도 차세대 PEF 리더로 꼽힌다. 올초 보고펀드에 부대표로 취임한 이철민(43)ㆍ안성욱(42) 파트너도 각각 보스톤컨설팅그룹(BCG), 크레디트스위스에서 실력을 닦은 40대 '젊은 피'다.
1세대 PEF 성장은 정부의 전폭적인 PEF 지원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IMF 외환위기를 겪으며 PEF 육성의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관련법과 제도를 도입한 후 토종 사모펀드가 하나 둘 설립됐다. 이 당시는 국민연금 등 주요 연기금이 정부 정책에 호응하기 위해 별다른 규제 없이 자금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PEF를 운용하는 핵심인물의 영향력과 유명세로 자금조달 여부가 결정되기도 했다.
PEF업계의 세대교체 현상은 이처럼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은 1세대 PEF들의 '겁없는' 투자가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새 '파트너'를 찾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PEF 시장에 유입되는 자금이 한정적인만큼 전문성이 강화된 신생 PEF 쪽으로 쏠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신생 PEF들은 특정업종에만 집중 투자하거나 자금회수 기한을 짧게 설정하는 등 1세대 PEF들과 차별화된 투자 전략을 펼치며 높은 성과를 얻고 있는 상황이다.
김상곤 광장 PEF·M&A 전문 변호사는 "과거에는 기관들이 특정 인물의 '이름값'만 믿고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에는 기대수익률 등을 꼼꼼히 따지는 추세"라며 "업계 세대교체에 따라 투자 업종ㆍ형태 등도 보다 전문적으로 변화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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