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7월 14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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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중견 건설사들이 막다른 길에 몰렸다. 연이은 매각 실패로 자금조달에 난항을 겪으면서 법원에 제출한 회생계획안을 수년째 시행하지 못해 파산공포가 엄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법정관리 주체인 법원도 최근 회생가능성이 희박한 건설사들에 대한 파산을 심각하게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져 건설업계에 또다른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14일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0대 건설사 가운데 법정관리 중인 곳은 모두 10곳이다. 쌍용건설, 남광토건, 극동건설, 동양건설산업, LIG건설 등 대부분이 지난 2011년께 법정관리를 신청한 건설사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수년째 회생절차를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채권자 변제 등에 필요한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인 인수·합병(M&A)이 막혔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2~3년간 진행된 건설사 M&A는 모두 유찰됐다. 벽산건설, 쌍용건설, 남광토건, LIG건설, 동양건설산업, 우림건설 등이 지난 2년간 수차례 새주인찾기에 나섰지만 전혀 진척이 없는 상태다.
건설사 M&A가 잇단 실패로 돌아가자 법정관리 주체인 법원도 최근 매각가능성이 어려운 건설사들에 대해 파산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법원은 법정관리 중이던 벽산건설이 잇따라 매각에 실패하자 지난 4월 파산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달 초에는 아파트 브랜드 '상떼빌'로 알려진 중견건설사 성원건설에 파산을 선고했다. 아울러 2년째 매각 실패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있는 동양건설산업에 올 상반기까지 매각을 성사시키지 못할 경우 파산을 고려하겠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동양건설산업 소액주주 및 하도급 건설업체들은 직접 자금을 마련해 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법원 관계자는 "법정관리에 들어간 시점부터 보증발급이 막히고 신규수주활동이 크게 위축되기 때문에 M&A가 회생계획을 이행할 유일한 자금조달 수단이 될 수 밖에 없다"며 "건설사들이 자체 구조조정 등을 통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신규수주를 따내는 등 노력하고 있지만 시장분위기 상 법정관리 건설사가 M&A를 통해 회생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전했다.
실제로 건설사들은 채권단과의 협의를 통해 매각가를 크게 낮추는 등 회생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매각 초기 부채를 포함한 매각가가 1조원 이상이던 쌍용건설은 현재 2000억원~3000억원대로 떨어졌으며 동양건설산업은 지난해 500억원에서 현재 150억원까지 낮아졌다.
그러나 가격요인만으로는 인수주체를 찾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기업의 가치와 직결되는 실적 및 성장성에 대한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법정관리 10개 건설사 모두 지난 1분기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문제는 신규수주를 통한 자금확보도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당 계약 규모가 큰 만큼 업력과 신뢰도가 중요한 업계 특성상 법정관리 딱지가 붙으면 신규 수주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며 "업황 침체와 높은 부채비율 탓에 건설사 매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법원과 건설업계는 법정관리 건설사 중 최대 규모인 쌍용건설 매각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해외 공사 부문에서 여전히 경쟁력을 가진 쌍용건설마저 매각에 실패할 경우 법원이 회생계획안 이행이 불가능한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파산절차를 권고할 고려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 <용 어>
법정관리: 경제적으로 회생가치가 있으나 자생력이 없어 빚을 감당할 수 없는 기업에 대해 법원이 나서 채권자, 주주 등 이해관계인과의 조정하고 사업을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 절차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기업활동 전반에 대한 관리를 신청하는 대신 회생계획안을 제출하고 법원의 인가 후 계획안에 따라 회생절차를 시작한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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