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ㆍ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한국 참여를 요청하자 정부는 가입 여부를 놓고 명분과 실리 사이에서 고민에 빠졌다.
그러나 현재 시점에서 한국이 AIIB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우선 경제 측면에서 참여국 대부분이 개도국이고 한국 경제의 '발전 경험'을 필요로 하고 있다. 따라서 아시아 역내 인프라스트럭처 투자 주도권을 한국이 잡을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중국을 거쳐 유럽에 이르는 물류 경로를 확보한다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구상과 맞아떨어진다. 한국이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금융산업의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고 고부가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최근 한국도 위안화 허브 구축 경쟁에 뛰어들면서 앞으로 역외 위안화 시장에서 선도적 역할을 해나가야 하는 처지이므로 중국 금융기관과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
다음으로 북한의 AIIB 가입이 실현되면 한반도 통일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아시아에서 인프라 투자가 가장 필요한 국가는 북한이다. 한국이 AIIB에 가입하게 되면 국제기구의 일원으로 북한 개발을 주도할 수 있고, 통일 이전에 한국과 북한이 하나의 인프라 시스템을 확보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한국 외교의 독자적 역할을 확보할 수 있다. 중국과 협력을 강화하면 미국과의 동맹, 우정을 저버리는 것 아니냐는 고민이 있지만 이제는 한국 스스로 대외관계의 구심점을 찾아야 한다. 아시아 지역의 문제를 아시아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협조해야 한다.
다만 AIIB에 참여한다면 한국이 리더가 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할 것이다. 중국이 진두지휘하는 AIIB가 미국을 대표로 하는 서방국가를 설득할 수 있으려면 기존 국제 금융기관을 보완할 만한 능력을 갖춰야 한다. 중국과 미국
진정한 '아시아 국제기구'로서 아시아 경제의 취약점을 극복하고 선진국 경험을 아시아에 접목시키는 데 한국이 가장 적격이다. 여기에 한국 금융시장의 미래가 있다.
[안유화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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