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브랜드를 가진 나라가 미국, 유럽, 일본 등에 편중된 이유도 대규모 자본에 대한 부담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다양한 부품 산업을 육성하고 발전시킬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은 소재, 기계, 전자 등 다양한 기술의 총체이며 자본집약적 산업이다. 특히 납품 상대방인 완성차 산업이 그 나라에 없다면 산업의 존립 자체가 어렵다.
한국은 짧은 산업 역사에도 불구하고 자동차부품업을 훌륭하게 키우는 데 성공했다. 특히 외환위기와 산업합리화 정책으로 완성차 업체가 사라질 위기, 부품사들이 도태될 위기 속에서도 잘 견뎌왔고 오히려 더 단단해졌다. 그 결과 자동차부품 산업은 연간 매출액이 80조원에 달하고, 그중 20조원 이상은 수출을 담당하고 있을 만큼 큰 산업으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인도 등에 진출해 현대ㆍ기아차 외에도 현지 로컬 업체들에까지 납품을 확대해 글로벌화에 성공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자동차부품업도 한계가 서서히 보이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이 높은 후발주자(Fast follower)에서 선도기술을 보유한 선두주자(Early mover)로 체질을 바꿔야 하는 이유다. 전통 부품에서 탈피해 고부가가치 부품으로 옮긴 독일의 로버트보쉬와 콘티넨탈, 일본 덴소의 선례를 참고해야 한다. HEV, EV와 FCEV 같은 친환경차와 애플, 구글이 선도하는 무인자동차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의 기술이 동시다발적으로 개발되고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기존 내연기관 부품에서는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소재, 기술, 환경의 변화가 한꺼번에 나타날 경우 국내 업체들은 준비가 덜 돼 있다. 기존 자동차 계통의 기업이 아닌 이종 산업으로의 침투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다행히 일부 업체는 기존 제품 경쟁력 강화에 더해 친환경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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