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11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찬밥' 신세였던 건설사 채권이 투자자들로부터 사뭇 다른 대접을 받기 시작했다. 포문을 연 곳은 롯데건설이다. 롯데건설의 회사채 수요예측이 예상외의 성공을 거두면서 이어 발행을 준비하는 SK건설과 현대건설에도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순히 롯데건설의 반짝 성공일지, 분위기 변화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1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신용등급 AA-)은 내달 중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만기 도래하는 회사채 차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현재 대표주관사 선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 세부적인 발행 조건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SK건설(신용등급 A0)도 지난해 2월 이후 1년 7개월만에 회사채 시장에 나섰다. SK건설은 내달 운영자금 목적으로 최대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그동안 건설사 회사채는 기관투자가들로부터 '투자 기피 대상 1호'로 꼽혀왔다. 수요예측 때마다 번번이 미달이 나기 일쑤였다. A0등급 이하 건설사들은 공모 시장에 나서기조차 쉽지 않았다.
하지만 롯데건설은 달랐다. 롯데건설(신용등급 A0)이 지난 1일 실시한 3년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는 1400억원의 투자 주문이 몰렸다. 건설업종이라는 이유만으로 외면 받던 회사채 시장에서 A급 건설사가 1년여 만에 수요예측에 성공한 것이다. A급 건설사가 수요예측에서 유효수요를 채웠던 것은 지난해 3월 대우건설이 마지막이었다.
롯데건설은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회사채 발행 규모를 최대 1400억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회사채 발행을 준비중인 SK건설과 현대건설이 롯데건설의 분위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높다. 롯데건설의 단편적인 전략 성공인지, 분위기 반전인지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전망은 나쁘지 않다. 정부가 부동산시장에 우호적인 대책을 쏟아내면서 건설주가 연일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회사채 시장에서도 조금씩 투자심리가 안정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건설사들의 '실적 쇼크'로 시장 불신이 극에 달했지만 올해는 구조조정 등의 노력으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건설사에 대한 투자자들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우려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상대적인 고금리도 매력적인 요소다. 롯데건설의 수요예측 결과 잠정 발행금리는 4.9%로 7일 기준 A등급의 3년물 평균 민평금리는 3.528%보다 1.4%포인트 가량 높다. 수익률을 좇는 기관의 경우 매력적 금리를 제시하는 건설사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A급 회사채들 중에서도 대기업 계열사, 내수업종 위주들은 상대적인 고금리로 인기를 모았다"며 "연말까지는 신규 회사채 발행물량이 감소세를 보일 전망이라, A급 건설채 쪽으로도 투심이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효혜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