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모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한국형 헤지펀드는 최근 수탁액이 정체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공매도 잔액에 대한 공시 방안까지 추진하면서 액파구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었다.
1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형 헤지펀드의 누적 수탁액은 지난 14일 현재 2조6647억원이다. 지난 5월 말 2조8976억원으로 고점을 찍은 이후 6월부터 3개월째 수탁액이 2조6000억원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지난 12일 열린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증시 가격제한폭 확대에 따른 주가 급락을 우려해 투자자의 공매도 잔액 공시를 의무화하는 제도 도입을 준비 중이라고 밝히면서 헤지펀드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개별 운용사의 공매도 잔액 보유량이 해당 기업의 발행주식총수 대비 일정 수준(0.5% 안팎) 이상인 경우 보유 잔액을 공시해야 한다.
업계 한 롱숏 매니저는 "증권사를 통해 스왑 거래를 하는 투자자문사의 경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직접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운용사 입장에서는 주요 운용 전략인 공매도 종목이 그대로 드러날 경우 수익률에 타격을 입을 것이 불가피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일부 운용사들은 국내 롱숏의 한계를 넘기 위해 투자 지역을 해외로 확대하고, 전략도 롱숏 일변에서도 벗어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자산운용은 해외채권을 기반으로 한국ㆍ홍콩ㆍ일본 등 아시아 3국의 주식 롱숏 전략을 가미한 '우리거북선 아시아퍼시픽 토탈리턴' 헤지펀드를 오는 20일 출시할 예정이다. 롱숏은 시장의 마찰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일시적 가격괴리에서 수익을 얻는 '페어트레이딩' 전략이 활용될 것으로 알려졌다. 펀드 운용은 기존 해외채권 전략의 '우리 뉴 호라이즌'
대신자산운용도 다양한 전략의 헤지펀드를 담은 재간접 펀드인 '대신글로벌대안투자' 펀드를 이달 말 출시할 예정이다. 이 펀드는 이벤트드리븐과 롱숏 전략의 헤지펀드가 60~70%를 차지하고, 인프라와 리츠 등이 함께 포함된 대안투자 상품이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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