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8월 25일(06:01)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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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물량부터 확보하자.'
회사채 공급 부족 현상이 이어지면서 신규 발행하는 회사채들이 귀한 몸 대접을 받는 양상이다. 연기금 보험사 등 주요 기관투자자들은 신규 발행되는 물량을 모조리 쓸어담고 있다.
회사채 물량 확보가 급해지면서 보수적이었던 기관들은 적극적으로 변했다. 리스크(위험)를 감수하더라도 일단 나오는 물량부터 확보하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실제로 (주)한화는 기관투자자들이 외면하는 대표적인 회사 중 한 곳이다. 그러나 최근 회사채 수요예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난해 3월 (주)한화가 진행한 1500억원 규모로 진행한 수요예측은 청약금 10억원이 들어오는 데 그쳤다. 이어 5월에 진행한 2000억원 수요예측은 전액 미달 기록을 냈다.
그러나 기관들이 (주)한화 회사채를 대하는 태도는 작년과 비교해 180도 달라졌다. 이는 (주)한화 경영 상황이 개선됐기 때문이라기보다 회사채 공급량 부족 덕이라는 게 전문가들 시각이다.
실제로 (주)한화 실적은 지난해보다 악화됐고, 지난해 보다 재무상황도 좋아지지 않았다. 올해 상반기 1654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해 지난해 대비 적자전환 했다.
KT렌탈 역시 최근 회사채 공급 부족 덕을 톡톡히 봤다. KT렌탈은 최근 회사채 신용등급이 'AA-급'에서 'A+급'으로 한 단계 하향 조정된 데다, KT그룹에서 매각을 앞두고 있어 경영 불안정성이 높아진 상태다.
그러나 최근 1000억원 규모로 진행한 회사채 수요예측은 흥행 기록을 세웠다. 발행예정액 4배를 넘어서는 4200억원 규모 기관 청약금이 몰렸다. KT렌탈이 제시한 금리 수준이 높았던 측면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회사채 공급량이 부족해지면서 기관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수요예측을 진행한 한국항공우주(KAI)도 대규모 기관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였다. 3년물 2000억원 규모 자금을 모집하는데 기관자금 총 5500억원이 몰렸다. 현대건설이 진행한 1000억원 수요예측도 기관 자금 2400억원을 끌어들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이처럼 최근 회사채 시장이 기업에 유리한 환경이지만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소극적이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불확실 하다고 보고 보수적인 경영 전략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들이 '돈 쓸 일'이 없다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경록 KDB대우증권 크레딧 애널리스트는 "회사채 공급부족 현상은 구조적인 문제로, 단기적으로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트폴리오(투자자산)에 일정 수준 회사채를 채워야 하는 기관투자자들로서는 고민이다. 일반적으로 기관들은 포트폴리오 내 회사채가 만기 상환받으면 다른 회사채에 투자한다. 최근 같은 회사채 공급부족 현상이 계속된다면 포트폴리오 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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