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당국의 KB수뇌부의 징계완화 결정이 KB호를 끝없는 나락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
KB내부에서'주 전산 장비교체 건'에 연루된 임직원들을 제거키 위한 검찰 고발 등의 돌발상황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이례적으로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에게 경징계를 내린 제재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법률 검토를 지시했다.
제재심에서 '주의적 경고(경징계)'를 받은 두 KB수장의 징계 수위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건호 국민은행장은 주 전산기 교체건으로 금감원 제재심서 중징계를 받은 임원들을 검찰에 고발하는 초강수를 둔데 이어 주전산기 교체절차에 대해서도 외부 전문기관에 다시 감사 의뢰했다.
이건호 행장은 "(제재심의가 내려진 만큼) 이제는 보고서 조작이 어떻게, 왜 이뤄졌는지 명백히 밝혀내야만 추후 이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행장은 그동안 주 전산기를 IBM 시스템에서 유닉스로 교체하는 과정에서 유닉스 시스템의 문제점을 성능테스트(BMT) 보고서에 고의로 누락, 이사회에서 유닉스를 선택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이에 대해 금융권 내·외부의 시선은 곱지 않다.
겨우 경영 정상화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는 상황에서 불협화음을 자처하는 꼴이라는 것.
금융업계 관계자는 "이번 검찰 고발은 검찰판단을 통해 (이 행장) 자신의 기존 주장들을 공식화 하고, 확인 받으려는 것 그 이상도이하도 아니다"며 "(이 행장은) 제재위의 징계완화 조치를 내부갈등을 봉합하는 계기로 삼는 게 아니라'끝장을 보는 동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초저금리 시대를 맞아 해결해야 할 현안들이 산적해 있는 마당에 굳이 비난을 감수하면서 내부문제를 검찰까지 끌어들여 해결하려는 태도는 리더로서 취할 행동이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국민은행 노조에서도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국민은행 노조측은 "경영진들이 1박2일 동안 템플스테이를 하며 화합과 쇄신을 강조한지 하루만에 다시 검찰 고발로까지 비화,'가장 우려했던 시나리오'가 현실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수뇌부들이 서로 이번 제재 심의결과를 아전인수 격으로 해석, 본인들의 목소리만 더욱 높이고 있다"며 "최수현 금감원장이제재심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 로비와 정치적 타협에 대한 단절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행권에서는 이 같은 사태의 발단이 감독당국의'어정쩡'한 제재에서 찾고 있다.
즉 '징계 논란'이 불거질 수 있는 KB수장들에게는 징계수위를 낮춰준데 반해 관련 임직원들에게는 중징계를 내린'어정쩡'한 결론이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 행장의 검찰 고발에 대해)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강한 분노감을 드러내 향후 사태의 귀추가 주목된다.
[매경닷컴 류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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