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09월 04일(06:03)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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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상장사 디지탈옵틱의 경영권 매각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회사가 꾸준하게 실적을 내고 있는데도 대표가 보유 지분 대부분을 정체 불명의 페이퍼컴퍼니에 넘기는 계약을 맺은 때문이다. 현주가에 비해 2배가 넘는 가격을 제시한 페이퍼컴퍼니는 지난해 사업부 분할 매각 후 상장폐지된 삼양옵틱스 출신 임원이 대표여서 디지탈옵틱이 삼양옵틱스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4일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채찬영 디지탈옵틱 대표 및 임원 2명은 지난달 14일 보유 지분 100만주(27.8%)를 280억원에 튜더앤컴퍼니라는 특수목적법인(SPC)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오는 30일까지 계약금 30억원을 제외한 잔금 250억원 납입이 완료되면 계약이 마무리된다. 디지탈옵틱은 휴대전화용 카메라에 들어가는 광학 렌즈 제조 및 납품업체다.
당초 디지탈옵틱은 합병 시너지를 내기 위해 자동차 전장 분야에서 인수 대상을 물색했으나 튜더앤컴퍼니가 현 주가 대비 2.8배에 달하는 고액을 제시하면서 매각 계약이 빠르게 진척된 것으로 알려졌다.
디지탈옵틱과 페이퍼컴퍼니 격인 튜더 측은 실질적인 인수 주체를 밝히지 않고 있으나 지난해 분할매각 후 자진 상장폐지한 카메라 렌즈업체 삼양옵틱스 딜 참여자들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거래소 전자공시 상에 기재된 튜더앤컴퍼니 대표는 에스와이코퍼레이션(전 삼양옵틱스) 사내이사인 한명건 씨다. 삼양옵틱스는 당시 광학렌즈 사업부와 나머지 사업부를 담당하는 에스와이코퍼레이션으로 물적분할한 뒤 에스와이를 유상감자 후 자진 상폐했다. 그러나 사업부 매각대금으로 유상감자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회사 측이 경영권 보전 약속을 어기고 유상감자를 실시한 데다 감자를 통해 소액주주들에게 지급하는 돈이 너무 적어 주주 반발이 일어난 것이다. 삼양옵틱스는 재무제표 누락에 따른 상장폐지 심사를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오는 2014년 12월까지 최대주주 주식에 대해 3년 보호예수를 공시했고 거래소가 이를 받아들여 상장을 유지할 수 있었다.
당시 주당 1000원 이상을 유지하던 삼양옵틱스 주가는 매각을 앞두고 주당 500원 이하로 급락한 시점이었다. 회사는 최근 거래량 가중산술평균가격을 적용해 주당 700원을 지급했으나 1000원 이상에 10만~20만주씩 매입한 소액주주 다수가 손실을 봐야 했다. 반면 삼양옵틱스 대표(60억5000만원) 등 임원들은 많은 돈을 챙기면서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회사가 주가를 의도적으로 끌어내렸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디지탈옵틱 경영권 매각을 두고 업계에서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유다.
회사의 경영실적이 우수하다는 점도 이번 거래를 이상하게 보는 이유다. 디지탈옵틱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2010년 22억원이던 영업이익을 지난해 220억원까지 끌어올렸다.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과 이익잉여금도 꾸준히 증가해 재무구조 역시 견실한 편이다. 채 대표가 실질적인 인수 주체도 알리지 않는 채 페이퍼컴퍼니와 지분 매각 계약을 진행하는 이유를 둘러싸고 의문이 커지는 대목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채 대표가 지분 매각을 결정한 배경에 디지탈옵틱의 최근 실적부진과 불안한 전망이 자리잡고 있다고 보기도 한다. 회사 내부적으로 디지탈옵틱 실적이 고점을 찍었다는 결론에 이르면서 기업가치가 더 떨어지기 전에 인수·합병(M&A)을 통해 지분을 정리할 계획을 세웠다는 얘기다. 실제로 디지탈옵틱의 올해 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31억원과 4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81억원과 115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카메라렌즈 사업은 기술 개발 및 변화 주기가 빨라 장기적인 성장이 어렵다"며 "대부분의 IT기업들은 2~3년간 성장 후 침체를 반복하는데 채 대표는 이 침체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난의 시기를 더 이상 반복하기 힘들다는 판단에 지분 정리로 가닥을 잡은 것"이라고 진단햇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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