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컨소시엄의 한전 부지 낙찰에 대해 증권가가 일제히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10조5500억원의 현금이 통합사옥 건립을 위한 부지 매입이 아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A, 공장 증설 등에 쓰이는 것이 더 합리적인데다 향후 배당 등 주주환원정책의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에서는 단기적인 주가 변동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보면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19일 증권가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현대차그룹 컨소시엄에 참여한 현대차, 현대모비스, 기아차의 목표 주가를 각각 20%씩 하향 조정했다. KTB투자증권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의 목표가를, 한국투자증권은 현대모비스의 목표주가를 내렸다. 삼성증권은 "완성차의 성장이 당분간은 그룹의 관심사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며 자동차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하향했다.
이날 증권사 17곳이 일제히 현대차그룹의 한전 부지 인수에 대한 보고서를 쏟아냈는데 상당수가 부정적인 언급을 내놨다. '상식 밖의 결정' 등 다소 격한 멘트도 눈에 띄었다.
증권사들은 현대차그룹 3사가 10조원의 현금을 마련하는 것이 당장 재무적으로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란 데 의견이 일치했다. 하지만 기회 비용의 측면에서 보면 사업 경쟁력과 무관한 통합 본사 부지 마련에 막대한 현금을 쓰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업에게 있어 현금은 '가능성'을 의미한다. 같은 현금이라도 럭셔리 브랜드, 핵심부품의 M&A, 추가생산 능력 확보, 미래기술에 대한 연구개발,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부채상환 등에 사용할 수 있고 친주주 정책인 배당의 재원이나 자사주 매입, 우선주 소각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라면서 "하지만 이번 투자결정은 대다수 주주들의 광범위한 동의를 배제한 상황에서 일방적으로 진행됐고, 그 규모가 경영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천문학적이라는 점에서, 수익창출의 목적으로 해석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긍정적 해석은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독일 자동차 부품사 ZF가 인수한 미국의 TRW 인수가액은 135억달러(한화 약 14조원)으로, ZF는 글로벌 9위에서 2위로 뛰어올랐다. 만약 현대모비스가 TRW를 인수했다면 글로벌 자동차 부품사 중 1위를 차지했을 것"이라며 "올해 1월 피아트가 인수를 마무리한 크라이슬러의 매각금액도 약 97억달러(10조1000억원) 수준으로 현대차 그룹이 크라이슬러를 인수했다면 판매대수 기준으로 완성차 중 글로벌 1위를 차지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토지비용으로 5조원이 언급됐을 때도 시장에서는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했는데 실제 낙찰가가 10조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자 낙찰가 자체가 과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현대차그룹의 의사 결정이 정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이다.
류연화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상식을 넘어선 입찰 금액이 결정되는 과정에서 정보력이 부재했었고 결정 이후에 시장이 어떻게 반응할 것이라는 면밀한 검토가 미흡했다고 보여진다"라며 "만반의 준비를 했다고 알려졌으나 결과적으로 목적을 위해서 수조원을 낭비한 것처럼 보여지고 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 내부에 시스템적인 문제를 우리는 우려의 시선으로 보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형민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감정가액 대비 3배 이상의 입찰가액을 제시한 점이 가장 문제가 된다"라며 "만약 한전이 부지 매각 금액 10조5500억원의 상당부분을 특별배당으로 지급하면 현대차그룹 순현금이 한전 주주에게 흘러가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단기적으로는 한전 부지 인수가 투자 심리를 위축시키는 악재가 맞지만 낙폭이 과대해 장기적으로는 저가 매수 기회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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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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