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돈은 `눈먼돈` 은행·보험사, 임직원 특혜성 대출…금감원 `묵인`

일부 은행과 보험사들이 고객이 맡긴 예금이나 보험료를 마치 자기 주머니 돈인 냥, 임직원에 초저금리로 특혜성 대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들에게는 높은 이자를 받으면서도 자사 직원들에게는 수 천 만원 '무이자' 대출까지 지원하고 있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러한 특혜성 대출이 매년 지속되고 있음에도 금융감독원이 묵인하고 있어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10일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이 금감원로부터 '은행과 보험사의 임직원 소액대출 현황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일부 은행과 보험사들이 소속 임직원에게 합리적 수준을 벗어난 대출 금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제로(0%) 금리까지 임직원 대출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 교보생명을 비롯해 알리안츠생명, 악사(AXA)손해보험, 에이스화재 등 4곳은 소속 임직원 대출 일부에 0% 금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특히, 작년 말 기준 교보생명은 임직원 419명에 대해 81억원 상당을 0% 금리로 대출, 은행과 보험사를 통틀어 가장 많은 임직원들에게 '공짜' 대출을 실시했다.
SC·대구·부산·광주·제주·전북은행과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알리안츠생명, 삼성화재 등 11곳은 임직원에게 1% 금리로 대출을 실행했다.
이외 라이나생명은 1.5% 금리를, 롯데손해보험을 포함해 한화손해보험, 흥국생명, 현대라이프 등 15곳은 2% 금리를 각각 임직원 대출에 적용했다.
더욱이 이러한 대출관행이 수 십 년간 지속되고 있음에도 금융당국은 묵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은행법과 보험업법은 은행이나 보험사가 소속 임직원에 대한 대출을 하는 것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다. 또, 매년 관련 현황을 금감원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민 의원은 "대출 기준금리로 활용되고 있는 코픽스(COFIX)와 3년 만기 국고채 금리가 2013년에 2.6%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보다도 낮게 대출 금리를 적용하는 것은 특혜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함께 조속한 제도개선이 요구된다"고 촉구했다.
[매경닷컴 전종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