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重·엔지니어링 합병 무산

삼성그룹이 계열사 사업구도 재편 차원에서 추진했던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이 무산됐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17일까지 접수된 주식매수청구 현황을 확인한 결과 삼성엔지니어링 합병에 반대하는 주주들이 행사한 주식매수청구권 규모가 합병 조건으로 내세웠던 한도를 초과함에 따라 합병계약을 해제하기로 결정했다고 19일 밝혔다.
합병 추진 과정에서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주식매수 청구금액은 각각 9235억원과 7063억원으로 집계됐다. 합병을 예정대로 강행한다면 두 회사가 1조6299억원에 달하는 주식매수대금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삼성중공업은 매수대금 한도인 9500억원을 초과하지 않았으나 삼성엔지니어링은 당초 정한 매수대금 한도 4100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두 회사 지분을 각각 5%가량 보유한 국민연금이 매수청구권 행사에 일부 참여해 결과적으로 양사의 합병 무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주식매수청구 행사 과정에서 드러난 시장과 주주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이를 겸허히 수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회사는 과도한 주식매수청구 부담을 안고 합병을 진행할 경우 합병회사의 재무 상황을 악화시켜 궁극적으로 주주들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그룹은 합병을 다시 추진할지와 관련해 “시장 상황과 주주 의견 등을 신중히 고려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합병 무산 소식이 전해지자 양사 주가는 하락했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전날보다 6.39% 내린 2만3450원에 거래를 마쳤고,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9.31% 급락한 5만3600원에 마감됐다.
[이진명 기자 / 노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