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속속 내년 코스피 시장 전망을 내놓고 있다. 증권사들이 내놓는 다음해 증시 전망은 통상 '전망이 밝으니 지금이라도 주식을 사라'라는 장밋빛이었지만 올해 분위기는 예년과 다소 다른 모습이다.
25일 증권가에 따르면 우리투자증권, KDB대우증권, 삼성증권 등 14개 증권사의 내년 코스피 예상 지수 고점은 2198.6, 저점은 1862.9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말 내놓은 증권사들의 올해 지수 전망치 1916.4~2330.0보다 상단은 131.4, 하단은 53.6이나 낮아진 수치다. 14개 증권사 모두 올해 지수 전망치보다 내년 전망치를 더 낮게 잡았다.
즉 지난해 말에 예상했던 올해 증시 전망보다 내년 전망이 더 어둡다는 의미다. 매년 연간 증시 전망 때마다 앵무새처럼 강세장 전망을 반복했던 증권사들도 이제는 다소 솔직한 전망을 내놓고 있는 셈이다.
내년 증시 전망을 가장 보수적으로 잡은 곳은 KDB대우증권이다. 대우증권은 내년 코스피 지수를 1750~2050으로 내다봤다. 1885~2093이었던 올해 코스피 지수를 감안하면 저점은 올해보다 100포인트 이상 낮아지고 고점도 더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유진투자증권도 1850~2100으로 올해와 비슷한 지수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학균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업이익이 정체돼 있어 코스피가 2012년 이후 나타나고 있는 박스권의 고점 2050선을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중앙은행의 힘 약화, 신흥시장발 시스템 리스크 발생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코스피가 2012~2013년에 기록했던 저점 수준까지 하락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증시 전망에서 14개 증권사 가운데 12개 증권사가 지수 고점을 2300 이상으로 전망했지만 올해는 KB투자증권 단 한곳만이 2350을 코스피 상단 전망치로 내놨다.
이처럼 내년 증시 전망이 어두워진 가장 큰 이유는 기업 실적 부진 우려다. 기대와 달리 수년째 코스피 상장사들의 이익 총액이 제자리 걸음을 해왔고 내년에도 현실적으로 크게 늘기 어렵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내수 시장에서는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고 수출 측면에서도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 미국의 금리 인상, 유럽과 중국의 경기 부진 등의 악재가 산적해있는 상황이다.
[매경닷컴 고득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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