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제일모직 공모청약을 앞두고 시장에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삼성SDS 공모주 청약에서 일반투자자에 비해 3배 많은 물량을 접수해 순식간에 4~6% 수익을 내면서 집중 조명을 받았지만 정작 펀드는 하이일드채권을 확보하지 못해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흥국자산운용은 ‘흥국분리과세하이일드알파증권투자신탁’의 판매를 잠정적으로 중단했다. 이 펀드는 시중에서 판매되는 유일한 공모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였지만 제일모직 상장을 앞두고 자금이 몰리면서 판매 중단의 수순을 밟게 됐다.
시중에 나왔던 공모형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5개 중 4개는 이미 지난달 이전 판매를 마감하거나 중단한 상태다. 지난달 출시된 ‘교보악사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출시 1개월을 넘지 못하고 자금 유입을 막았다.
초대형 공모주 청약이라는 호재를 맞은 펀드들이 연이어 판매를 중단하는 것은 펀드의 기초 투자자산인 하이일드채권을 찾기 힘들어서다.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는 신용등급 BBB+ 이하인 채권이나 코넥스 상장주식에 30% 이상 투자할 때 공모주 우선배정과 5000만원 한도 분리과세 혜택을 주는 정책 상품이다. 하지만 운용사들은 늘어나는 펀드 수요만큼의 하이일드채권을 찾지 못해 자금 유입을 막게 된 것이다.
한 펀드매니저는 “한 자산에 10% 이상 투자하지 못하는 ‘10%룰’까지 맞물려 펀드 자산이 더 늘어나면 30%를 맞추기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조건을 맞추지 못하면 공모청약에서 배제될 수 있어 공모펀드는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고 말했다.
사모형이나 자문사에서 운용하는 일임형 상품에 가입하면 되지만 최소 가입금액 문턱이 높아 일반투자자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공·사모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 설정잔액은 2조3509억원을 기록했다. 쿠쿠전자 삼성SDS 제일모직 등 하반기 대형 공모주가 줄을 이으면서 불과 3개월 만에 2배 이상 불어난 것. 연초부터 현재까지 BBB+급 이하 공모 회사채 발행 금액은 6560억원. 분리과세 하이일드 펀드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11월에만 900억원이 발행됐다. 1~10월 월평균 발행액(566억원)을 크게 앞지른 규모다. 하지만 펀드가 11월 발행 물량을 다 쓸어담는다고 가정해도 늘릴 수 있는 설정잔액은 3000억원에 그친다. 비우량채권 시장을 활성화시키자고 내놓은 정책 상품이 오히려 제한적 시장에 가로막힌 셈이다.
정부는 26일 내놓은 주식시장 발전 방안에서 분리과세 하이일드펀드의 코넥스 투자를 장려한다는 대책을 내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하이일드펀드 투자 대상이 투기등급이지만 채권 이자가 보장되고 주식보다 안전한 상품”이라며 “코스닥시장보다 유동성이 낮고 신뢰성도 부족한 코넥스 종목에 투자하는 것은 리스크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석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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