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째 이화여자대학교 앞에서 옷가게를 운영한다는 홍민정 씨(가명·35)는 단기 임대를 고민하고 있다. 옷가게 손님도 예전 같지 않고 앞으로도 좀처럼 나아질 분위기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촌로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김상민 씨(가명·24)도 “대로변이어서 목이 좋은 곳인데도 오래된 식당은 사라지고 그 옆 가게도 장사를 접더니 언제부턴가 과자할인점이 들어섰다”며 “인근 큰 건물 1층 점포는 2년이 다 되도록 비어 먼지가 쌓였다”고 전했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젊음의 메카’로 불리며 서울 시내 대표 상권으로 꿋꿋이 자리매김했던 이대·신촌 지역이 홍대 상권에 밀려 ‘잃어버린 5년’이라 할 만큼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2~3년새 ‘무(無)권리금·무(無)보증금’을 내세운 초단기 매물이 부쩍 늘었다.
‘깔세’는 임대시장에 도는 은어로 단기 임대를 말한다. 상가를 보증금 없이 짧게는 1~3개월, 길게는 6개월 이상~1년 미만으로 임차료를 선납해 빌려쓰는 방식이다. 보증금을 기반으로 한 기존의 임대와는 확연히 다르다. 처음에 매장을 빌린 상인이 매출 감소로 월세를 감당할 수 없게 돼 가게를 접어야 하지만 계약 기간이 아직 남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단기로 매장을 다시 빌려주는 ‘전전세’와 혼용해 쓰인다.
적은 자본금으로 한철 장사를 한 뒤 떠나려는 상인들과 장사를 아예 접기엔 부담이 큰 임차인, 장기 공실이 두려운 건물주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생긴 깔세·전전세는 전세가 전부였던 상가 임대시장에선 일종의 돌연변이다.
신촌·이대지역 전전세는 처음엔 주로 재고로 쌓인 옷을 5000~1만원대 헐값에 처리하려는 상인들이 찾았지만 이젠 소프트렌즈전문숍·신발·빙수·벌꿀아이스크림 등 단기 유행을 타는 다양한 업종이 드문드문 거쳐간다.
이대 앞 목이 좋은 곳의 전전세 시세는 전용면적 24㎡ 기준 월세 280만~350만원 선이다. 일반적으로 상가 월임대료는 입지에 따라 전세보증금에 권리금을 더한 금액의 2% 정도다. 깔세 시세는 월임대료에 비해 20~30% 비싸다. 이대 앞 한 공인중개사는 “이대 전철역에서 정문에 이르는 메인 상권과 정문에서 연세대까지 거리인 중앙통로 상권이 그나마 유동인구가 많아 전전세가 전세 월임대료의 40%를 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선 깔세나 전전세 거래도 전망이 어둡다. 쇠락하는 상권에 근본 변화 없이 궁여지책인 셈이어서 하락 대세를 거스르기 어렵다는 분위기다. 신촌로 인근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요즘엔 중국인 관광객조차 홍대 쪽으로 눈을 돌리는 바람에 단기 임대 매물이 나와도 찾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신촌로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한 모씨(54)는 “학생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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