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1월 26일(06:04)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레이더M 기사 더보기>>>
KT의 텔레마케팅 자회사 KTcs의 주요 외국인 투자자가 "최근 단행된 KT 지분구조 변동이 주주가치 훼손"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KT 측은 이에대해 "지분변동으로 KTcs의 기업가치가 개선될 여지가 크다"고 맞서고 있어 내년 초 주주총회에서 양측이 정면충돌할 지 관심이 모아진다.
26일 데이비드 허위츠 SC펀더멘털 부대표는 "KTcs 경영진과 면담을 갖고 최근 지분 구조 변동이 주주가치를 훼손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법적 대응 방안 검토는 물론, 내년 초 주총에서 다른 기관투자가들과 연대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가치투자기관인 SC펀더멘털이 문제제기한 KT의 지배구조 개편작업은 지난달 말과 이달 초에 걸쳐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우선 KT가 보유 중인 KTcs 지분 11.61%를 또 다른 계열사인 케이티스에 장 마감 이후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했다. 이번 매각가는 총 142억2000만원이다.
SC펀더멘털 측이 문제 삼는 대목은 바로 KTcs의 KT커버스 지분 과정에서 지불된 인수대금에 대한 부분이다. 기관투자가들이 그동안 KTcs의 과도한 현금 보유를 문제로 지적해 오던 상황에서, 굳이 자사주를 매각해 인수대금을 마련하며 현금 보유고를 크게 낮출 수 있는 기회를 날렸다는 얘기다.
허워츠 부대표는 "KTcs의 현금 규모는 700억여원에 이른다"면서 "KT커머스 지분 매입 대금 179억원을 이 같은 현금으로 충분히 치를 수 있었지만, 굳이 자사주를 매각해 매입자금을 따로 마련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올 9월 말 현재 KTcs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 규모는 285억원, 당장 유동화 가능한 금융자산은 345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의 시가총액(1300억여원) 대비 이 같은 현금 규모는 지나치게 많아 기업가치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 때문에 올초 주총에서 국내외 기관주주들이 배당금을 늘려 현금보유고를 낮춰달라는 내용의 주주제안을 내기도 했다.
SC펀더멘털 측은 KTcs 경영진과의 미팅에서 자사주 매각가격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KTcs는 주당 2870원에 자사주 매각했는데, 최근 1년간 KTcs 주가가 3100원 선에서 형성돼 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저가에 매각한 것 아니냐는 이유에서다.
허워츠 부대표는 "자사주 매각 당시 주가가 낮았던 만큼 일단 보유 중인 현금을 동원해 KT커머스 지분 매입 대금을 치른 뒤, 나중에 주가가 올랐을 때 자사주를 매각할 수도 있었을 것"이라며 "계열사인 KT하이텔이 보다 싼 값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게 배려하느라 결국 보유 자산을 저가에 매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SC펀더멘털 측은 이런 복잡한 지분 이동이 KTcs에 대한 KT의 외견상 지배력을 낮추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보고 있다. 허워츠 대표는 "KTcs는 최근 기관투자가들의 주주제안이 잇따르면서 KT의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며 "한국 대표 공기업으로 상징성이 큰 KT가 전면에 나서는 게 부담스러운 만큼, 케이티스와 KT하이텔에 1, 2대 주주 지위를 부여해 이들 계열사가 주주 요구에 대응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SC펀더멘털의 이 같은 주장에 대해 KT 측은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지분변동으로 KTcs가 연 매출 4500억원에 이르는 KT커머스를 자회사로 신규 편입하게 된 만큼, 기업가치가 개선될 여지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KT 관계자는 "KT커머스 지분 인수 전까지 하락세이던 KTcs 주가가 인수 이후 상승세로 돌아섰다"면서 "양사 시너지에 대한 주주들 기대가 반영된 것 아니겠냐"고 설명했다.
KT커머스 지분을 매입 때 보유 현금 대신 자사주를 매각해 인수대금을 마련한 것에 대해선 "대규모 현금 집행을 우려하는 주주들도 상당수"라며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자사주를 매각해 인수대금을 마련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오수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