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재건축·재개발 사업 시 사업계획이 바뀌면 종전자산평가를 새로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정비사업이 장기화되면서 대형 면적형을 줄이고 실수요자 선호도가 높은 소형 면적형을 늘린 사업장이 많아진 현실을 감안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현재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이 기준인 종전자산가격 평가일을 사업시행변경인가일로 변경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비사업 시 종전자산평가액은 사업비례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사업계획이 바뀌었을 경우 예전과 크게 달라지다 보니 평가시점을 언제로 보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논란이 많다”며 “이에 맞춰 사업시행변경인가 시 종전자산평가 시점을 유동적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용역에는 실제 사업이 진행 중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자산평가 시점을 바꿨을 때 비례율과 조합원 추가분담금 등을 따져보는 시뮬레이션 절차도 포함돼 있다. 이처럼 국토부가 종전자산평가 시점을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최근 법원에서 종전자산평가 기준일을 시장 상황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법제처 역시 같은 유권해석을 내린 것을 반영한 결과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서는 종전자산평가일은 ‘사업시행인가의 고시가 있은 날’로 명시돼 있다. 국토부는 이것을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간주하는 것과 달리 법원과 법제처는 이후 사업계획이 변경돼 다시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을 경우 이를 ‘최종’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판단해야 한다고 결론내렸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해 12월 서울행정법원은 서울 종로구 A연립 재건축 조합원들이 ‘최초 사업시행인가 고시일에 맞춰 산정한 종전자산평가를 기준으로 인가받은 관리처분계획을 취소해달라’며 종로구청장과 조합에 대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처음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2005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사업계획이 바뀌면서 건축면적과 건폐율, 용적율, 분양가구 수 등이 달라진 것을 고려하면 종전자산가격 산정은 새로운 사업시행인가 고시일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게 당시 법원의 판단이었다.
전문가들은 종전자산평가 기준이 조정될 경우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사업성이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시장 침체로 분양가를 낮춰 전체 분양수입이 줄어드는 곳이 많은 상황에서 기존의 높은 종전자산평가를 그대로 반영하면 비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종전자산평가를 새로 하면 비례율 하락을 막고 조합원 추가분담금 규모도 줄어드는 만큼 지지부진했던 정비사업이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추가분담금을 줄일 수 있어 이 문제로 지지부진하던 재건
특히 최근 대형 면적형 인기가 떨어지면서 미분양을 피하기 위해 기존 대형 면적형 공급계획을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으로 바꾸는 조합이 많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 같은 혜택을 보는 단지가 적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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