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기사는 12월 1일(06:02) '레이더M'에 보도 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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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이 테스코에 또다시 M&A 레터를 보낼까?"
영국 테스코가 최대주주인 국내 유통업체 홈플러스의 경영권 매각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현대백화점의 움직임에 관심이 집중된다. 현대백화점은 신세계와 달리 홈플러스를 인수하더라도 공정거래법 상 독과점 이슈에서 자유로운데다, 또다른 경쟁사인 롯데는 제2롯데월드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메가 빅딜이 될 홈플러스 인수에 나서기 쉽지 않다. 이런 가운데 현대백화점이 과거 수차례에 걸쳐 테스크 측에 홈플러스의 매각 의사를 묻는 공문서를 발송했던 것으로 알려져, 향후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은 지금까지 모두 3차례에 걸쳐 영국 테스코 측에 홈플러스 매각 의사를 타진하는 내용의 문서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마지막으로 (테스코 측에) 매각 의사를 묻는 내용의 공문을 보낸 것은 5~6년 전일 것"이라고 전했다. 2008~2009년 즈음만 해도 홈플러스에 대한 현대백화점의 인수 의지가 상당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현대백화점의 이 같은 인수 의지는 현 시점에서도 여전할까. 전문가들은 인수자금을 감당할 수 있는 자금 여력을 갖고 있느냐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현재 현대백화점의 보유 현금규모는 4000억여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실제 올 9월말 기준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68억원, 유동화 가능한 단기금융상품은 3430억원 규모다.
이처럼 동원가능한 자금 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만큼, 인수에 나서려면 현대HNC 지분과 같은 일부 우량자산을 매각하거나 대출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자금을 마련하는 게 불가피하다. 사모투자펀드(PEF)와 같은 재무적투자자(FI)들과 손잡는 것도 필수적일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 때는 자기자본의 10배 수준까지도 대출을 일으키는 경우가 적잖은 만큼, 현대백화점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현 상황에서 인수추진 자체가 불가능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결국 문제는 현대백화점의 인수 의지다. 현대백화점은 이처럼 시장에서 제기되는 인수 가능성에 대해 "인수를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홈플러스 인수설은 지난 수년간 반복됐던 얘기일 뿐"이라며 일축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유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지만 정작 자금력은 충분하지 않아 향후 재무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실제 인수에 나설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이런 시각은 매각설의 당사자인 홈플러스 측도 마찬가지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이) M&A 레터를 보낼 당시 테스코 측에선 홈플러스 매각 의사가 전혀 없던 상황이고, 레터에도 진정성이 담겨 있다고 보지 않았다"면서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뛰고 있는 모습을 시장에 과시하기 위한 움직임 정도로 해석했다"고 설명했다.
테스코의 매각 의사가 없을 땐 주주달래기 용으로 홈플러스 매각 의사를 타진했지만, 정작 매각 가능성이 높아진 현 시점에선 섣불리 과거처럼 M&A 레터를 보내긴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또 다른 IB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홈플러스 인수설은 대규모 딜에서 먹거리를 찾기 원하는 금융투자업계의 바람이 담긴 측면이 크다"면서도 "일단 M&A가 시작되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딜이 전개되는 경우도 적잖은 만큼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테스코 최고경영진에선 올해 말까지 홈플러스 매각 여부에 대한 의사결정을 마무리지을 예정이다. 현재 홈플러스 매각과 관련된 테스코 측의 입장은 "아무것도 결정된 바 없다"는 것이다. 매각 가능성 자체를 부인하지 않는 수준으로 풀이된다.이번 매각 가능성은 홈플러스의 100% 단독주주인 테스코의 재무상황에서 불거졌다. 테스코가 자체 조사 결과 올 상반기(3~8월) 영업이익이 무려 2억6300만파운드(약 4550억원) 과다계상된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발표한 것. 이후 데이브 루이스 회장이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달 28일 한국을 극비리에 방문하면서 한국 홈플러스 매각설이 본격화됐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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