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학년인 딸의 한반 인원이 30명이 넘어 이미 콩나물 학급인데, 예정되어 있던 학교 설립을 포기하고 집을 짓는다니 반대할 수밖에 없죠. 게다가 학기 중인데 학교 일부 시설을 증축한다고 해 학교보내기 겁나요.”(기흥구 주민 김모씨)
경기 용인시 기흥구 내 초등학교로 예정되어 있던 부지가 지역 주민의 동의나 공람 절차 없이 행복주택 부지로 변경되어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여기에 경기도교육청은 학생수요부족을 이유로 신규 학교 설립 대신 학급 증설을 추진할 방침이라 마찰이 예상된다.
8일 경기도교육청과 청덕동 학교설립추진위원회 등에 따르면 LH는 지난 1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용인시 기흥구 청덕동 일원 1만 2037㎡에 행복주택 562가구를 짓는 사업계획을 승인받았다.
이 부지는 지난 2001년 구성지구 택지개발 계획상 초등학교 부지로 지정됐으나 2009년 경기도교육청이 신규학교 설립 기준인 학생 수요 24학급 부족을 이유로 학교 설립 계획을 포기, 나대지로 남아 있는 상태다.
학교 설립 부지가 방치되자 LH는 최근 경기도와 용인시, 경기도교육청 등과 협의한 뒤 이 나대지를 행복주택 지구로 지정한 것. 하지만 이 과정에서 단 한번의 주민설명회조차 없어 주민들이 더욱 반발하고 있다.
현재 기흥구 내 운영 중인 청덕초교는 개교 당시 42학급으로 계획됐다. 그러나 교육청의 예상보다 많은 학생들이 유입되어, 특별활동실에 간이칸막이벽 등을 설치해 일반 교실로 사용하며 48학급을 운영 중이다.
학급당 인원수도 평균 30여명에서 많은 반은 33~34명까지 구성되어 있고, 전교생 1416명이 사용하는 운동장은 인근 초등학교 400~600명이 사용하는 운동장 대비 절반 수준의 크기로 사실상 체육활동도 어려운 상황이다.
청덕동 학교설립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청덕초는 BTL로 지어진 학교라 수직증축은 제2의 세월호 사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가뜩이나 비좁은 운동장에 공사차량이 다니면 학생들의 체육활동은 사실상 마비가 되고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고 항의했다.
또한 “학생 수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데 예정되어 있던 학교부지에 아파트를 건설하면 과밀은 더욱 심각해 질 수밖에 없다”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용인시와 국토교통부, LH
교육청 측도 청덕초교는 향후 54학급으로 늘긴 하겠지만 청덕초교가 개교 당시 42학급으로 설립되었기 때문에, 나머지 12학급만으로는 추가 초등학교를 신설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매경닷컴 이미연 기자]